필기구 시장 판도 변화 예고

잇단 신제품 출시로 일본제품 반격

모나미 'FX-ZETA'

바른손 '활'

잠잠했던 국내 문구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필기구 신제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일본 업체들이 70%를 장악해 온 필기구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바른손, 모나미, 모닝글로리 등 대형 문구업체들은 최근 새로운 필기구 개발을 잇달아 마치고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바른손과 모나미는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의 ‘제트스트림’을 공략하기 위한 초저점도 유성펜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초저점도 유성펜은 일반 유성펜에 비해 잉크가 5배 이상 묽어 부드럽게 써지면서도 중성펜처럼 습기에 번지지 않아 각 업체들이 주력 펜으로 육성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바른손의 경우 지난달 볼이 두 개 장치된 팁을 사용해 필기감이 부드러우면서도 가격은 일제에 비해 20~30% 저렴한 초저점도 유성펜 개발에 성공했다. 바른손은 조만간 시장조사를 마치고 내달 초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제품명은 영어 이름이 아닌‘활(活)’로 결정해 국산임을 강조했다.

바른손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들은 부드러운 필기감을 극대화시키는 1.0㎜ 볼을 선호하는 반면 국내 소비자들은 가늘게 필기가 가능한 0.5㎜를 선호한다”며 “0.5, 0.7, 1.0㎜의 제품 라인을 모두 갖춰서 국내외 소비자를 다방면으로 만족시키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나미도 창사 50주년을 맞아 초저점도 유성펜 ‘FX-ZETA’에 출시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FX-ZETA는 기존 유성 잉크보다 점도를 열 배 이상 낮춘 F5잉크와 0.7㎜ 볼을 사용해 기존 제품의 필기감을 개선했다.

모나미 관계자는“국산 볼펜의 대명사격인 모나미‘153’의 뒤를 이어 FX-ZETA가 ‘국민 볼펜’ 자리에 오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닝글로리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수성펜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 가고 있다. 모닝글로리는 지난해 출시한 수성펜 ‘마하펜’이 지금까지 450만 자루의 판매량을 올린 데 이어 지난달 리뉴얼 버전인 ‘마하펜3’를 출시했다. 모닝글로리는 이와 함께 리필이 가능한 수성펜인 ‘고시펜’ 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시펜은 2,000원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리필을 통한 합리적 소비가 가능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부진했던 대형 문구업체들이 연이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섬에 따라 필기구시장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연간 4조원에 이르는 국내 필기류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일부 업체들이 일본 제품의 인기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기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 트렌드 파악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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