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리 동결 김중수 총재가 주도했다

금통위 찬반 4대3으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
의사록 유출 논란 증폭

김중수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사실상 김중수 총재가 주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노골적으로 들어오던 가운데 금융통화위원이 3대 3 동수로 금리동결과 금리인하에 팽팽하게 맞서자, 김 총재가 금리동결에 힘을 실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4:3 결과가 나오자 지난달 채권시장에서 파다하게 퍼졌던 유출설이 다시 강하게 점화하는 모습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하성근ㆍ정해방ㆍ정순원 위원은 금리동결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했다. 하 위원은 지난 1월부터 4개월째 금리인하를 주장한 것이지만, 정해방 위원과 정순원 위원은 처음이다. 정해방 위원은 기획재정부, 정순원 위원은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금통위원이다.

반면 금리동결에 찬성한 김중수 총재, 박원식 부총재, 문우식 위원(한은 추천)은 같이 움직일 것으로 점쳐졌으며, 임승태 위원은 예상이 어려웠다.

지금까지 금통위가 격론 끝에 4대 3으로 금리를 결정한 것은 2차례 있었다.

고 전철환 전 한은 총재가 의장이던 지난 2001년 7월에는 콜금리 목표를 5%에서 4.75%로 내릴 때 황의각ㆍ강영주ㆍ남궁훈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지금과 상황은 비슷하지만 결과는 달랐던 셈이다.

또 이성태 총재가 의장이던 부동산버블을 가라앉히기 위해 2006년 8월엔 4.5%로 0.25%포인트 올렸는데 당시 강문수ㆍ이성남ㆍ박봉흠 위원이 동결을 주장했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의 결정이 뒤집어진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4년 11월 박승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고, 다양한 보도자료를 통해 ‘동결’의 뜻을 밝혔지만,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6대 1로 결정했다. 당시 재정경제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당시 반대표를 행사한 건 이성태 부총재였고, 총재는 다수결 의견을 따랐다.

한은 금통위는 의사결정 시 위원 7인의 투표로 결정하며, 공식적인 캐스팅보트 권한은 없지만 총재가 가장 마지막에 의사를 밝힌다는 점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4월 금통위가 4대 3으로 팽팽하게 금리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5월 금통위에서도 금리결정은 다시 한번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사록이 나오면서 ‘유출설’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채권시장은 지난 4월 금통위의사록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4월 금통위 금리동결이후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3명에 인하 3명, 그리고 김중수 한은 총재의 캐스팅보트설이 팽배했었다. 의사록과 일치한다. 한 채권딜러는 “채권시장에 총재의 캐스팅보트설이 파다했다”며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의구심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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