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티 육군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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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무혈 쿠데타] 주목 받는 인물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손티 군사평의회 의장
탁신 총리
푸미폰 국왕
● 손티 군사평의회 의장
실권장악…국왕 신임도 두터워
태국 쿠데타의 주역 손티 분야랏글린(59ㆍ사진) 육군 총사령관이 혼미한 태국 정국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정치개혁을 위한 군사평의회' 의장으로 실권을 장악한 손티 총사령관은 민선정부 출범 때까지 당분간 최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 대변인은 20일 저녁 태국 내 모든 국영 및 민영 TV방송을 통해 "푸미폰 국왕이 이날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 총사령관을 국정을 총괄하는 하며 개혁을 추진하고 '군사평의회' 의장으로 정식 임명했다"며 "국민은 평온을 유지할 것이며 모든 공무원은 손티 장군의 명령을 따르라"고 지시했다고 밝힐 정도다. 국왕의 두터운 신임 아래 있다는 증거다.
일부에서는 이번 쿠데타도 국왕의 사전 승인 아래 일으켰다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스스로 결정해 약 2주 전부터 추진한 일"이라며 국왕과의 관련성을 완강히 부인하고는 있다.
손티 총사령관은 69년 군사학원을 졸업해 왕립육군보병단에 배속됐으며 그 후 특전사령부 등을 맡는 등 주로 전투부대를 이끌었다.
손티 총사령관은 불교 국가인 태국의 군대를 이끄는 첫 이슬람교도로, 그동안 군사ㆍ안보문제를 둘러싸고 탁신 총리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2004년 이슬람교도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1,400여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그는 이슬람 시민군과 화해론을 주장했으나 탁신에 의해 좌절됐다. 손티 총사령관이 지난 7월 친 탁신 계열의 장교 129명을 좌천시킨 것을 계기로 태국 내 '군부 쿠데타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 탁신 총리
뉴욕서 실각…영국行 망명객 신분으로 타국 전전할듯
푸미폰 국왕이 20일 군부 쿠데타를 추인하면서 탁신 친나왓(57ㆍ사진) 총리의 퇴진은 분명해졌다.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다가 졸지에 실각한 탁신은 일단 20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영국 런던으로 갔다. 영국에는 자신의 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들은 탁신이 망명객 신분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국을 전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정을 완전 장악한 쿠데타 지도부가 그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운운하며 귀국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탁신총리의 부인도 19일 밤 싱가포르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평의회 의장으로 푸미폰 국왕에 의해 추인된 손티 육군 총사령관은 "탁신은 재임기간 저지른 부정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부정축재로 모은 재산을 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탁신 총리가 스스로 고국으로 돌아와 모든 권력과 재산을 내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가능성도 있다. 군부 일각에서도 탁신 총리가 스스로 사임하고 재산을 헌납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탁신 총리는 자수성가형 CEO 출신 억만장자로 태국 헌정 사상 4년 임기를 다 채운 첫번째 민선총리다. 하지만 독선적인 통치스타일과 태국 최대의 정보통신기업으로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친(Shin)그룹'의 부패에 휘말리면서 결국 실각되는 비운을 맞았다.
● 푸미폰 국왕
고비다마 결정적 역할
'살아있는 부처' 추앙…영향력 막강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육군 총사령관 손티 분야랏글린 중장은 탁신 친나왓 총리 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감행했다고 선언한 직후 푸미폰 국왕을 만났다. 쿠데타의 성공 여부는 푸미폰 아둔야뎃(79ㆍ사진) 국왕의 '추인' 여부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태국은 입헌군주제인 만큼 푸미폰 국왕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올해 재임 60년을 맞은 푸미폰 국왕은 '땅의 힘-비할 바 없는 능력'이라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태국 국민들에게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다. 국왕이 행차하면 모든 국민은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국왕을 향해 공손히 두 손을 모을 정도다.
다만 푸미폰 국왕의 진정한 권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높은 도덕성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법적인 권한은 없지만 태국이 국가적 중대사를 맞을 때마다 국민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가 통합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는 그동안 확고한 지위로 총리 20명이 바뀌고 헌법이 15차례 개정되는 수많은 쿠데타를 지켜봤다. 평소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만 일단 개입하면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쿠데타에서도 그는 또다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일 저녁 군부 대변인이 푸미폰 국왕의 쿠데타 추인 사실을 전하면서 "탁신 총리가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없기 때문에 그에 부여한 권력을 거둬들인다"고 국왕이 말한 것으로 전했을 정도다.
입력시간 : 2006/09/2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