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꽉 채운 셰익스피어 성찬

햄릿 2인극으로 꾸민 '두병사 …'
현대적 각색 '로미오와 줄리엣' 등
탄생 450주년 맞아 공연 잇따라

'햄릿'을 2인극 연극으로 꾸민 '두 병사 이야기' .

올해 연극계의 키워드는 단연 '셰익스피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탄생 4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 영국의 연출가 데클란 도넬란은 "어느 각도에서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그 빛깔이 바뀌는 다이아몬드와도 같다"는 말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표현한 바 있다. 셰익스피어 450번째 생일을 맞아 전세계 공연계가 분주하다. 국내 연극계에서도 그의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다양한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셰익스피어의 성찬'이 차려지고 있다.

영원한 고전 '햄릿'이 2인극 형식의 '두 병사 이야기'로 3월 2일까지 대학로 시티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30명에 가까운 원작의 등장인물들을 단 두 명으로 압축해 복잡하고 다양한 등장인물과 배경을 최소한의 인물과 장소로 압축했다. 보초를 서던 버나르도가 우연히 햄릿과 유령의 대화를 듣게 되면서 친구인 프로시스와 함께 선왕의 죽음을 추리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며 목숨을 걸 만큼 괴로운 햄릿의 일들이 두 병사에게는 그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수다의 한 소재일 뿐이다. 웃기면서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을 통해 권력의 무의미함과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극단 여행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오는 23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양정웅 연출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국적으로 해석해 등장인물들이 양복을 입고 록 음악에 박자를 맞춘다. 줄리엣은 사랑에 적극적인 현대 여성, 로미오는 섬세하고 따뜻한 남자로 탈바꿈했다.

국립극단은 3~5월까지 셰익스피어 원작 작품 3개를 잇따라 무대에 올린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맥베스'(3월 8∼23일·명동예술극장). 사랑, 질투, 음모 등을 실제와 허구의 줄다리기 속에서 난장 형태로 풀어낼 예정이다. '리어왕' '배비장전' 등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이 작품을 맡았다. 4월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연출가 정의신이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각색한 작품 '노래하는 샤일록'(4월 5∼20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 무대에 오른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정의신 스타일로 바꾸어 원작에 나타난 종교와 인종의 문제를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그려낸다. 국립극단 셰익스피어 기념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템페스트'(5월 9∼25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다. 연출가 김동현이 셰익스피어가 마지막으로 집필한 작품 '템페스트'를 또 다른 시각으로 재탄생시킨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생일(4월 26일)에 맞춰 '한여름 밤의 꿈'이 펼쳐진다. 전쟁 속에 피어난 말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연극 '워 호스'로 세계를 놀라게 한 연출가 톰 모리스가 연극의 주인공 말 '조이'를 만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형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와 함께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3월 영국에서 공연된 '한여름 밤의 꿈'은 현실과 요정 세계가 만나는 경계의 숲에서 일어난 젊은 연인들의 한바탕 소동을 마법처럼 환상적으로 그려내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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