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Joy] 雪國 눈 눈 눈… 눈이 내리다

일본 이와테현 아피고원 스키장
혼슈 동북지방의 최고급 리조트
질좋은 자연설 급경사 도전할 만

아피 스키장 슬로프에는 펜스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숲이 펜스를 대신하는 경계선이다. 눈꽃이 한껏 핀 나무 옆, 무릎까지 빠지는 자연설 위를 한 스키어가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모리오카 냉면

주손지 (中尊寺)

한코소바

이와야마우루시미술관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얗게 변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그 유명한 첫 대목. 흰 눈 덮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 내면의 순수를 투명하게 그린 이 작품의 배경은 니가타다. 홋카이도 또한 일본의 눈을 상징한다. 여주인공이 “오겡키데스카”를 애타게 외치던 영화 ‘러브레터’의 아름다운 무대는 홋카이도의 오타루 지역이다. 한국인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혼슈 동북 지방의 이와테(岩手) 현. 이곳도 눈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만한 곳이다. 현청 소재지인 모리오카에 들어서자마자 소설 설국의 첫 대목이 생각날 정도로 온 천지가 두껍게 쌓인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땅과 하늘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온통 흰 색이다. 이렇게 눈이 많은 이와테 현을 대표하는 스키장이 아피고원(安比高原) 지역에 있는 아피(APPI) 리조트다. 이와테 현의 상징인 이와테 산 바로 아래에 있는 원뿔형의 마에모리 산(1305㎙)을 개발한 최고급 리조트다. 전세계 100곳 이상의 스키장을 다녀봤다는 한 여행전문기자는 한국 사람이 즐기기에 가장 알맞은 해외 스키장으로 아피를 꼽았다. 전세계는 그렇다 치고, 일본에만 700곳 이상의 스키장이 있는데 왜 꼭 아피를 꼽았을까.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일본 스키장의 발달 배경을 알아둬야 한다. 일본 스키장의 초창기 개발자들인 유럽 사람들은 자신들 고유의 방식대로 ‘마을형’ 스키장을 건설했다. 눈이 많이 오는 산에 리프트를 세우면 그게 바로 스키장이었고 주변 마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방식. 이런 ‘마을형’이 일본 스키장의 95%를 차지한다. 나머지 5%가 한국의 스키장과 같이 슬로프와 숙박, 쇼핑, 편의시설을 동시에 개발한 ‘리조트형’ 스키장이다. 한국 스키어에게 익숙한 이런 형태의 스키장은 대부분 80년대 이후 일본의 거품경제가 한창일 때 개발된 것들이다. 아피는 ‘리조트형’ 스키장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90년대 중반에는 일본 부유층의 예약이 넘쳐 한국 손님은 받지도 않던 곳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한국 스키어들에게 이용료를 할인해가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피의 스키 환경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매일 수북이 쌓이는 풍부한 자연설을 부드럽게 다져놓은 슬로프는 발끝에 기분 좋은 저항감을 준다. 워낙 눈이 좋아 경사가 급한 슬로프도 편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다. 일부 슬로프에는 허리까지 빠지는 가루형태의 눈(powder snow)이 쌓여 있기도 하다. 스키 환경 중 가장 좋은 점은 리프트와 곤돌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 또 빠른 질주보다는 업ㆍ다운을 부지런히 반복하며 마치 도 닦듯이 스키잉을 즐기는 게 일본 스키어들의 스타일이라 안전사고도 적다. 5월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스키 시즌이 끝난 뒤에 찾기에도 좋다. 아피는 스키 슬로프 외에도 다양한 눈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았다. 스노모빌, 이글루, 크로스컨트리 등인데 그 중에서도 스노모빌을 직접 몰고 설원을 달리는 기분은 상상 이상으로 상쾌하다. 밤이면 눈밭에 설치된 예쁜 조명 시설이 빛나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아니면 리조트 내에서 온천이나 수영을 즐겨도 좋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아피 리조트 내에는 한국식 고기 구이가 일본에 정착한 야키니쿠를 파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한국인의 입맛까지 즐겁게 한다. ■이와테현 볼거리, 먹거리
아피에 갔다면 하루 정도 시간을 내 이와테 현을 곳곳을 관광할 만 하다. 온통 하얗게 뒤덮은 눈 차제로도 훌륭하지만 눈 풍경을 압도할만한 관광지와 먹거리가 있다. 특히 이와테 현은 한국인의 숨결이 유난히 깊게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야마우루시미술관- 옻칠 공예 대가 전용복 작품 전시 전통의 옻칠 공예를 세계적인 현대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은 한국인 전용복을 위한 미술관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전용복은 도쿄의 대표적인 연회장 메구로가조엔의 1920년대 옻칠 작품을 복원 및 재창작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다. 부산 APEC에서도 작품을 선보여 찬사를 얻었다. 이 미술관은 이와테 현이 지난해 전용복을 위해 마련해 준 전시공간이다. 전용복이 80년대 말 메구로가조엔 작품 복원 작업을 했던 곳이 바로 이와테 현이었기 때문. 미술관의 이름 이와야마(岩山)는 이와테 현과 전용복의 고향 부산에서 한 글자 씩을 섞어 지었다. 미술관의 전시 공간은 상당히 크다. 민족의 전통 기법인 옻칠로 만든 작품을 직접 보면 왜 전용복이 해외에서 더 유명한 지, 어떻게 일본인 제자만 2000명이 넘게 됐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주손지(中尊寺)- 황금칠 한 법당 등 사찰건축 유명 850년의 역사를 지닌 이와테 현의 대표적 관광지이며 일본 사찰의 자존심 격인 곳이다. 울창한 삼나무에 둘러싸인 언덕길을 올라가면 일본 전통의 사찰 건축 미술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전통 유물도 다수 전시돼 있으며 특히 전체를 황금으로 칠해놓은 법당을 구경할 수 있다. 황금과 옻칠 공예가 상징하는 당시의 경제력과 권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모리오카 냉면- 한국인이 개발 평양·함흥 맛 조화 모리오카는 이와테의 현청 소재지. 이곳서 유래해 전 일본을 점령해 가고 있는 음식이 모리오카 냉면이다. 모리오카 냉면은 한국인이 개발했다. 고향인 함경도 맛을 잊지 못해 개발한 냉면이 대유행을 하게 됐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절묘하게 섞은 새콤하고 매콤한 맛과 얼음처럼 찬 소고기 육수 맛이 일품. 깍두기, 고기, 계란, 무 무침, 오이 무침 등을 고명으로 쓰며, 국수는 한국의 쫄면과 비슷하게 통통하고 쫄깃한 형태다. 모리오카 냉면 집으로는 변용웅 씨가 운영하는 ‘변변카이’가 규모와 시설이 좋다. 변 씨는 모리오카 냉면을 한국에 역수출할 계획도 하고 있다. ▦완코소바- 많이 먹기 대회도 열려 완코 소바는 ‘귀여운 그릇에 담긴 소바’라는 뜻으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직원들이 소란을 떨며 한입에 쏙 들어갈 분량의 소바를 작은 그릇에 계속 넣어준다. 이 지역에서는 매년 완코 소바 많이 먹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250그릇 이상은 먹어야 우승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일반 손님도 식당 입구에 있는 스코어 카드를 집어 들고 즐겁게 상에 앉는다. 하츠고마 식당이 유명하다. 메모하세요
아피 스키 상품은 씨에프랑스(www.ciefrance.com) 여행사에서 취급한다. 인천공항서 출발해 일본 센다이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이동하는 코스다. 아침에 출발, 오후에 아피에 도착해 곧바로 야간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동 시간이 짧은 편이라 ‘실제로 스키를 탈 수 있는 시간’을 따져봤을 때 크게 유리한 해외 스키 여행 상품이다. 가격은 상품에 따라 2박3일 짜리가 53만 9,000~76만 9000원, 3박 4일 짜리가 59만 9,000~92만 9,000원. 상품은 항공, 일본 내 이동, 조식 및 석식, 리조트 내 온천 및 셔틀버스 이용권을 포함한다. 중식, 장비 대여, 리프트권 등은 불포함. 문의는 1588-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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