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증권사 리서치 유료화해야

증권사의 꽃이 영업이라면 리서치 부문은 이 꽃이 잘 자라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이다. 이 때문에 각 증권사들은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개별 기업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도 시도한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의 경우 타 증권사의 보고서 원문을 자사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놓거나 일부 업체는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이런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국내 5대 대형 증권사는 지난 9월 리서치 유료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자사 보고서에 대한 유통을 한 금융정보제공 업체에 위임하는 대신 일정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한달여가 지난 지금도 특별히 변한 게 없다. 증권사의 보고서로 영업 행위를 하는 업체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리서치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당장의 시장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은 리서치 업무”라며 “투자자가 믿을 수 있는 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매매 업무를 하면 시장점유율은 자연스럽게 동반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인력의 대부분을 리서치 부문에 활용하고 있다. 또 8월에는 ‘짠돌이’로 소문난 HSBC증권이 리서치 인력과 이 부문 투자액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리서치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보고서=공짜’라는 관행 때문에 리서치 부문은 여전히 비용부서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로 인해 수익이 악화되면 먼저 버림받는 게 리서치 부문이었고 이는 다시 증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증권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리서치 자료의 유료화가 필요하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많은 비용을 들여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를 아무 대가 없이 이용당하는 사례가 많아 맥이 빠진다”며 “보고서를 통해 많은 이익을 보자는 게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게 유료화의 취지”라고 말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거부하는 업체들 때문에 리서치 부문이 비용부서라는 누명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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