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일자리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성장률이 1%대 이하를 기록할 경우 마이너스 고용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내수 부양책 등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에는 고용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그나마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 1ㆍ4분기 20만명, 2ㆍ3분기 17만3,000명, 3ㆍ4분기 14만1,000명, 10월 9만7,000명, 11월 7만8,000명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내년 상반기다. 정부는 내년 취업자 증가 규모를 10만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이는 목표치에 불과하다. 실제 2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잡코리아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231개사의 채용은 올해 2만2,566명에서 16.5% 줄어든 1만8,845명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채용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118개사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50.3%), 금융(-41.9%), 철강ㆍ기계(-35%) 등의 채용 감소폭이 컸다. 그나마 호텔(-1.8%), 조선(-3.2%), 전자ㆍ전기(-4.9%), 정보통신(-6.8%)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특히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채용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30대 기업이 10.6%, 31~100위 기업이 13.8% 채용을 줄일 계획인 데 비해 301~500위 기업은 평균 43.1%나 채용규모를 줄일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손익분기점 선상의 중소기업들이 뭉텅이로 자빠지며 실업자가 늘 것”이라며 “경기에 종속돼 있는 기업은 대응수단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실업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 6개 연구기관이 내놓은 내년 실업률 전망 평균치는 3.5%로 올해보다 0.3%포인트 높다. 특히 내년 상반기는 실물경제가 더 위축돼 실업률이 3.6∼3.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아예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비경제활동인구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기준으로 ‘사실상 백수’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은 공식 실업자(75만 명), 구직단념자(12만5,000명), 취업준비자(55만2,000명), 그냥 쉬는 사람(132만7,000명) 등 모두 275만4,000명에 달했다. 그나마 내년 하반기에는 고용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한은은 신규 취업자가 내년 상반기에 4만명 줄면서 마이너스 고용을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4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체감 고용사정이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인데다 내년 경기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좋아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전제로 해 전망대로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