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14일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소송에서 정부의 할당기준과 근거 자체가 부실하다며 할당량 산정 기준의 전면적인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업종별로는 물론이고 같은 업종 내에 있는 기업들도 서로 납득할 수 없는 배출권이 할당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기업 내 시설별로도 배출권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는 등 총체적인 부실투성이라며 할당량 기준 및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제7부(수석부장판사 조한창) 심리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소송에서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15개 석유화학기업 측 대리인은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예상하고 있던 배출권 할당량에서 당장 15%를 줄이게 됐다"며 "다른 업종들은 신청한 그대로 배출권을 받기도 했는데 유독 석유화학 업계만 적게 할당된 게 어떤 기준인지를 알려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재판은 금호석유화학과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 업종 15개 기업이 공동으로 제기한 소송의 첫 기일이다.
동양시멘트와 라파즈한라 등 5개 시멘트 업체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도 이날 같은 법정에서 잇따라 열렸다.
시멘트 업계도 환경부의 할당 기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업계 측 변호인은 "시멘트업계는 서로 사정을 다 아는데 유독 A기업만 할당량이 대폭 늘었다"며 "업종별로 주어진 배출권이 기업들에 형평성 있게 배분되지 않은 만큼 환경부의 지침이나 해석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환경부를 압박했다. SK케미칼은 "환경부가 각 기업의 환경 시설을 검토해 배출권을 할당한다고 한 기준을 믿었는데 실제로는 기업별 시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할당기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 업체는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할당량 산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 변호인은 특히 "어떤 내용이 어떤 검토를 거쳐 선정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으며 환경부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며 "어떤 기준인지 하나하나 수치와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 변호인은 "아직 제도가 진행되고 있고 자료를 신청할 경우도 검토는 해보겠지만 워낙 광범위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할당 취소 판정이 날 경우에 대한 처리 방법에서도 환경부와 업계가 부딪쳤다. 환경부 측은 "취소되더라도 초과 지급된 업체의 할당량을 예비분으로 환경부가 회수하게 돼 소송을 낸 업체에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자 업체들은 "할당 과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재할당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배당이 잘못 이뤄지면 새로 배당을 해야 하는 것이지, 아니면 예비분으로 돌린다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며 "검토해 답변을 달라"고 환경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