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美의 FTA전략 분석이 먼저

우리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을까. 본지가 연재 중인 ‘한ㆍ미 FTA 이것이 급소’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느낀 단상은 청와대ㆍ정부ㆍ국회 등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쪽에서는 ‘한ㆍ미 FTA 양보 없다(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한ㆍ미 FTA는 우리 경제의 자존심을 건 승부수(국정 브리핑)’ 등 한ㆍ미 FTA와 관련된 발언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산업자원부 등 일부 부처는 한ㆍ미 FTA를 두려워하는 일본과 중국 등 외신들의 보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공격적 입장을 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 하지만 이들 청와대 및 정부의 일련의 공세는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대국민 발언이다.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한ㆍ미 FTA의 정당성과 당위성, 그리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것. 물론 한ㆍ미 FTA를 놓고 우리 사회에 적잖은 갈등이 나타나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상대방인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아닐까. 바다 건너 저쪽 사정을 한번 살펴보자. 미국은 현재 정부ㆍ재계ㆍ국회의원, 심지어는 정체 모를 미 대사관 직원까지 나서서 한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발언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FTA를 계기로 미국식 문화와 삶ㆍ규범 등을 적용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통합적인 통상 전략에 대한 진지하고도 심각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농업ㆍ제조업ㆍ서비스업 등 각 분야별로 FTA에 따른 대응책과 통상 전략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관계당사자들의 고민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 생각만 할 뿐 통합적인 전략과 시각은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미국이라는 거대 상대의 FTA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업ㆍ서비스ㆍ제조업 등을 고려한 우리의 통상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뿐만이 아니다. 연구기관도 제조업 파트는 농업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다. 농업 전문가는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국회의 FTA 의원 외교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우리의 통상 전략이 나온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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