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늪에 허우적거리던 뉴욕 증시에 신뢰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미국의 전체 기업이 썩은 것처럼 보였던 '신뢰의 위기'는 극소수 부도덕한 기업인들의 소행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주 14일로 마감한 700개에 가까운 상장회사의 재무제표 서약서 제출이 뉴욕 증시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는 큰 이벤트나 이슈가 없는데다 상당수 월가 트레이더들이 마지막 여름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그 동안 투기성 거래로 인해 주가의 진폭이 컸던 장세가 비교적 안정되고 변동성 역시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시장의 안정성이 회복되고, 다우존스 지수는 9,000 포인트, 나스닥 지수는 1,400 포인트의 경계선을 터치해갈 것으로 낙관론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심리적 안정감에도 불구,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발표될 경제지표로는 19일 컨퍼런스 보드의 7월 경기선행지수, 20일 6월 무역통계 등이 있다. 3ㆍ4분기 첫달인 7월에 뉴욕 주가가 폭락하고 미국 경제가 둔화됐기 때문에 7월 경기선행지수도 전월대비 0.2% 하락할 것으로 월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6월에 더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견되는데 이는 달러 하락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달 들어 뉴욕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7월의 하락 폭을 상당부분 회복했는데, 문제는 주가가 더 회복할 것인지 아니면 박스권의 상층 한계선을 형성하며 횡보장세를 그려나갈지 하는 점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가 그 여부를 어느 정도 결정해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악재는 대형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US에어웨이의 파산 신청에 이어 유나이티드 항공이 파산신청을 검토하고 있고, 에너지 회사인 다이너지도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경제가 2년째 기력을 잃었고, 지난해 9월 테러 이후 미국 항공사에 대한 기피 현상이 항공사를 비롯, 대형 기업들의 연쇄 파산을 초래하고 있다.
배럴 당 30달러에 육박한 국제 유가가 일단 석유회사의 주가를 올리는데 기여했지만 수요기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증시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리적 안정감 회복=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고경영자(CEO)의 재무제표 서약서를 제출토록 마감을 정한 지난 14일까지 신규로 발견된 대규모 회계부정이 없었다는 사실은 뉴욕 증시에 새로운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회계 부정 사건이 이미 터질 만큼 터졌고, 더 이상 더 터질 건이 거의 없다는 자신감을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계장부를 수정한 10여개 회사는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오류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마감일까지 감추고 있다가 터지는 대형 사건이 없었다는 데서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약서 제출 마감일인 14일 주가가 폭등한 것이 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불안한 거시지표=이 같은 심리적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들은 좋지 않게 나오고 있어 증시의 악재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수익 회복이 지연되고,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ㆍ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1%로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지고, 지난 7월 신규고용 창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비와 부동산 시장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여건이 어렵다는 사실은 지난 주 열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리결정회의에서 인정된 사실이다. FRB는 "금융시장 불안과 기업회계보고와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총수요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올 가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주에 발표된 거시 지표들이 일제히 경제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개월간의 증가율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생산 증가를 제외하면, 0.1%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달 미국의 이상고온으로 전력소비와 에어컨등 가전제품 소비가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제조업 전반의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