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기업 오너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다. 정치권은 오너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오너의 법정구속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설문에 응한 주요 30대 그룹 및 기업은 오너의 법정구속에 대해 30.0%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중도 53.3%로 전체의 83.3%가 오너의 법정구속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16.7%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기업 입장에서 오너의 법정구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당연할지 몰라도 내면을 보면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
오너의 법정구속 반대 이유로 첫번째로 꼽은 것이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대외신인도 하락이다. 수출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치명적인 것이 없다. 이와 관련, A사의 한 임원은 "수주 등에 나설 때 해외 경쟁업체가 (너희) 오너가 부도덕하지 않냐는 점을 강조한다"며 "이럴 때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업 경영 차질도 우려된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한국적 경영의 특성상 오너가 결정할 몫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부재는 투자 위축 등으로 연결되면서 경제 및 사회 전반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오너의 법정구속은 국민들 사이에 '오너=나쁜 기업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창업정신' 및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오너가 잘못을 했어도 도주의 우려가 없는 만큼 구속을 시키는 것 자체가 법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오너의 법정구속은 한국적 경영의 특성, 그리고 기업가의 사회적 기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