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창의적인 구상의 문제

제4보(63~78)


난전의 명수 서능욱9단이 검토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백66까지의 수순을 확인하더니 해설자 박병규에게 묻는다. “형세가 어떻다고 보나?” “흑이 무조건 덤은 못 낼 것 같아요.” “원인이 뭐라고 보나?” “그걸 잘 모르겠어요. 흑이 특별한 악수를 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됐어요. 서사범님은 원인이 뭐라고 보세요?” “천야오예가 창의적인 구상을 안한 것이 원인이지. 좌상귀, 우상귀, 좌하귀에서 그냥 정석을 늘어놓고 있었을 뿐이야. 백의 권도가 도무지 없었어.” “흑65의 응수도 너무 고지식한 것 아닐까요?” “맞아.” 두 사람이 추천한 것은 참고도1의 흑1로 응수하는 수였다. 그것이면 백은 2에서 8로 패를 내는 권리를 갖게 되지만 당장 결행할 수는 없다. 중원이 시커멓게 되면 삭감의 찬스를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원 삭감을 함부로 서두르다가는 이 패는 결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흑71은 공격의 급소. 하지만 72로 꼬부리자 이미 이 백은 안정권에 들어간 인상이다. 흑77로 손을 돌린 것은 일단 침착했다. 내친걸음이라고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는 것은 백2로 받게 하여 이적행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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