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인 연세대 축구팀에 8년째 몸담고 있는 김호곤 감독(48)이 만두집을 낸 것은 10년전의 일이다.88년 프로 현대코치에서 물러나 야인생활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당시 아마추어팀 사령탑을 꿈꾸던 김감독으로선 ‘생활의 안전판’이 필요했다.
월급을 집에 가져다 주기 힘들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에게 용돈도 주고 팀 운영 등 이런저런 용도에 쓰기엔 쥐꼬리만한 감독월급이 턱없이 모자랄 것이 뻔했다.
부인 최문실(39)씨와 상의 끝에 친지의 소개로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 스낵코너에 10평 규모의 ‘야미만두’를 개업했다.
물론 운영은 부인의 몫. 당시 5, 6살의 연년생 두아들을 키우기도 바빴던 부인은 오전 10시반부터 저녁 7시반까지 고된 일을 10년째 불평없이 해오고 있다.
종업원 3명의 이 만두집은 요즘 하루 매출 300만원을 올리는 짭짤한 수입원이다.
91년 연세대 코치로 부임, 93년 사령탑에 오른 김감독은 적극적인 재테크라기 보단 안전한 생계유지 수단으로 연 이 만두집 덕분에 집안살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선수들을 돌볼 수 있었다.
따라서 김감독이 10년전 부인에게 한 선언은 지금껏 유효하다. ‘월급은 없다.’ 가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만두잔치’를 베풀 수 있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다.
김감독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시간이 나면 가게에 들러 만두 맛을 본다. 왕만두 찐만두 물만두 수제비 등 여러 메뉴가 있지만 김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김치만두다. 【김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