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1일로 출범 한돌을 맞는다.금감위는 단순한 금융감독기구가 아니라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선봉장역을 담당해 왔다. 때문에 금감위 1년에 대한 평가는 막바로 지난 한해동안의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금감위 1년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금감위는 일년내내 쉴틈없이 전쟁을 치뤄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전선은 부실금융기관과 5대재벌, 부실기업과 대치하는 형식으로 나타났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와 관련해서는 금감위는 일단 완승을 거뒀다. 5개은행을 퇴출시키고 9개은행을 4개로 합병시키는 등 제2금융권을 포함해 신용협동조합을 제외하고 덩치 큰 73개의 금융기관을 정리했다. 금융기관불사의 신화를 종식시켰다.
부실기업정리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은행을 통해 64대계열중 15개계열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에 포함시켜 구조조정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진도는 느리지만 5대재벌개혁에 대한 고삐도 놓지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금감위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함께 수행해야 했다.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등에 업은 정치권은 압력은 금감위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였다.
충북은행등 지방은행 처리문제, 한남투신 정리 등은 금감위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줬다. 한남투신의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광주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이다. 충북은행은 자민련의 정치적인 토대인 충청지역의 핵심 금융기관이다. 이들 금융기관을 살리기위한 정치권의 압력은 집요했다. 금감위는 구조조정원칙과 형평성을 관철시킬 것을 요청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다소의 굴절은 있었지만 정치권의 압력을 뿌리쳐 왔다.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몫으로 금감위원장에 임명돼 권력기반이 취약했던 이헌재(李憲宰)위원장으로서는 이같은 난관을 돌파하기가 쉽지많은 않았다. 이같은 노력의 덕택인지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이위원장을 정경유착의 고리를 제거한 당사자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신인도가 투자적격으로 상향되고 각종 금융지표도 호전된 배경에는 금감위를 선봉으로 한 정부의 구조조정노력과 일관된 정책방향이 큰 몫을 했다는게 국내외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금감위는 앞날에는 지난 1년간 수행한 과제보다 더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금감위 당국자는 『지금까지는 산사태로 무너진 도로에서 돌더미를 치웠을 뿐이다』면서 『앞으로 도로를 복구하고 포장을 말끔히 해야만 자동차들이 정상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초기에 구조조정에 대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던 태도가 이완되는 등 지속적인 개혁작업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이 노출되고 있다.
금감위는 당국자들은 지난 1년동안 긴급피난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을 정리하면서 때로는 법적근거도 없이 구조조정이란 대의명분에 의지해 일을 처리해 왔다. 예컨데 교통사고환자를 병원에 수송하기 위해 남의 자동차를 몰고 갔을 경우 절도죄가 성립될 수 없듯이 구조조정이란 전쟁을 수행하면서 법률적미비점을 일일이 따질 겨를이 없었다는 점을 해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가 엉뚱하게 확산돼 금감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금융기관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지적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모 금융기관 임원은 『팀장들 조차 금융기관간부들에게 오라가라 지시하는 사례가 다반사로 나타나고 금감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떠넘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몸으로 일을 수행하던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이 서서히 업무주도권 다툼을 시작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 고위당국자는 『금감위와 금감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상호협의를 통해 해결하지 않고 위원장의 결재를 먼저 받는 방법으로 경쟁하는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의 안정을 통해 업무가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李위원장의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일이 수행되다 보니 조직이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실금융기관정리등 하드웨어의 수술은 리더쉽과 결단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지만 우리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경영기법의 개선등소프트웨어의 개선은 한사람이 아닌 금감위와 금감원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금감위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최창환 기자 CWCHOI@S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