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은 미뤄졌지만 한국 쇼트트랙의 10년을 이끌 '보배'의 면모는 확실히 입증해보였다.
심석희(17·세화여고)가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심석희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내내 선두로 경기를 주도하다 막판 저우양(중국)에게 역전당하며 2위를 차지했다. 2분19초239로 2010년 밴쿠버 대회 우승자 저우양(2분19초140)에게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내줬다.
여자 500m 박승희(화성시청)의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한국이 수확한 두 번째 메달이었다.
2013-2014시즌 1,500m 세계랭킹 1위인 심석희는 경기 직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는 "처음에는 무척 아쉬워서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값진 메달을 딴 것에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심석희는 주종목에서 막판 역전을 허용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존재감을 알렸다. 1994년 릴레함메르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전이경,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휩쓴 진선유에 이어 심석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심석희는 174㎝의 큰 키로 좋은 체격조건을 갖췄다. 쇼트트랙에서 체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남들보다 반걸음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신체조건은 당연한 플러스 요인이다. 더 큰 장점은 꾸준히 노력하는 '연습벌레'라는 사실. 성실함으로 기술적인 능력을 끌어올린 심석희는 수줍은 표정 뒤에 강한 승부욕까지 감추고 있다.
17세 고교생인 만큼 레이스 운영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지만 이번 1,500m 결승은 중요한 경험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집중해서 남은 경기에 초점을 맞춰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심석희는 18일 저녁 3,000m 계주 결선과 1,000m 예선에 나선다. 1,000m 결선은 오는 22일 펼쳐진다.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