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를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30일 지적했다. 신비주의를 벗고 좀 더 공적이고 공개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후임 총리는 높아진 도덕성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박 당선인이 기치로 내건 '국민 대통합'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대통령학)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후보자 사퇴로) 박 당선인의 밀실ㆍ불통ㆍ나홀로ㆍ신비주의 인사의 문제점이 다 나왔다"며 "기존 방식을 고집하면 큰 문제가 온다는 것을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보안을 유독 강조하는 박 당선인 특유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완 인사가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박 당선인이 당 차원에서 이 같은 스타일로 성공을 거둔 측면도 있지만 국가 차원의 인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현재 보안 인사의 장점은 별로 보이지 않고 단점만 극도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인사 스타일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며 "공개 검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냐'를 두고서는 여러 조언이 나왔다. 우선 청와대ㆍ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는 신구 권력 간 힘겨루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보다 근본적으로 공론화된 인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권형기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거나 독립적인 형태의 기구를 만들어 경찰이나 검찰ㆍ국가정보원의 정보를 활용하는 공적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지나치게 모호한 검증 잣대에 대해서도 국민 합의나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사전 대화나 협의라는 정무적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성공한 인사라고 평가 받는 김황식 국무총리 지명 당시 청와대 및 여당이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사전 협의를 거쳤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인사라는 게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후보자를 지명하면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임 총리 인선 기준으로는 '도덕성'이 기존 전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 낙마에서 보듯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박 당선인 스스로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권 교수는 "박 당선인이 법과 원칙을 국가 운영의 제1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인선의 '컷오프' 수준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합당한 정도의 도덕 기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소장은 "새 정부 총리의 경우 박 당선인이 강조했던 통합 능력과 함께 국정을 총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국민 대통합 이미지에 맞는 인물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