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나가는 미 증시 버블 경고음

소프트패치에도 다우·S&P500 최고치
출구전략 연기 가능성에 자금유입도 13년래 최대
'국채-회사채 스프레드 축소' 증시고평가 신호 지적 잇따라


미국 증시가 지난 2000~2001년 인터넷 거품붕괴 사태를 재연할 것이라는 경계론이 고조되고 있다. 9월 이후 경기지표 부진으로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도 뉴욕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천문학적 돈풀기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S&P지수의 경우 지난해 13% 올랐고 올 들어서만도 24%나 급등했다.

이날 물가ㆍ소비 등의 경기지표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자가들은 연준의 출구전략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에 더 기대감을 내보였다. MLV앤코투자은행의 랜디 빌하드트 캐피털마켓 대표는 "현재 투자자들은 나쁜 뉴스를 무시하고 좋은 뉴스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자금의 주식시장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조사기관인 트림탭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순유입된 자금규모는 25일 현재 455억달러에 달했다. 월간 기준으로 이미 역대 5위 기록이다. 특히 올 들어 누적 순유입 규모는 2,270억달러의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의 3,240억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거품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런스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시장에 또다시 거품이 끼고 있다"며 "연준이 하루빨리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국채와 회사채 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급격히 좁혀지는 것이 경고음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따르면 이 스프레드는 6월 534bp(1bp=0.01%)에서 이날 444bp까지 좁혀졌다. 시중자금이 투기 수준의 회사채에도 몰리는 등 그만큼 위험투자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CNBC는 "대형주 주가가 급등하며 강세장 전망이 늘고 증시 고평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출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주가에 거품이 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투자전문가인 코디 윌러드도 최근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지금도 사상 최대인 뉴욕 증시의 거품이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 등에 힘입어 내년까지 더 부풀어 오르다 2015년에는 '뻥'하고 터질 것"이라고 전했다. 소시에테제너랄(SC)도 미 증시가 내년에 15% 정도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시장은 여전히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 24일 나온 미국개인투자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증시약세 전망은 17.6%로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인 반면 강세장을 예상한 투자자는 49.2%로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연준이 일러야 내년 3월부터 출구전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실적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 분석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S&P기업의 절반가량이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75% 정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또 이들 강세론자는 연방정부 셧다운(정부폐쇄) 여파로 부진하게 나온 경기지표도 올 11~12월에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ING US인베스트먼트의 폴 젬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경제지표,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기업실적 등이 전반적으로 증시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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