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의 경영미학] 2. "21C 최고경영인 과거는 버리자"

반면에 정경유착, 탈법등의 혐의로 몇 번에 걸쳐 뉴스와 청문회 TV중계를 타면서 알려진 한보의 정태수씨.검정자동차에서 느릿느릿 내리는 모습, 검정코트에 길게 늘어뜨린 흰목도리의 노인. 키는 작지만 단단한 체구의 괴력을 느끼게 하는 한보의 총회장이란 색다른 직함의 경영자. 몇해 전 공전의 히트를 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기억난다. 배우 최민수씨가 기구한 주인공으로 깡패 두목역을 했다.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돈과 졸개를 주무르다 삶과 죽음사이에서 처절하게 몰락하는 줄거리의 드라마다. 이때 눈에 익은 검은 자동차, 검은 코트에 길고 흰 목도리의 깡패 두목, 범법자와 기묘하게도 같은 이미지로 오버랩 되곤 했다. 구치소에서 전국에 TV생중계 되는 국회청문회에까지 나와서도 흰마스크를 낀 채 『모르쇠』로 일관하던 남자. 그러면서도 전문경영인인 임원을 가르켜 당당히 『머슴』이라고 일갈하던 오너 경영인. 뇌물을 받아먹은 권력과 은행이 받아먹은 만큼 대출을 안 해 주어서 망했다고 주장하던 한국식 기업인. 뇌물을 케이크 상자 속의 수표에서 사과박스 속의 돈다발로 바꿔놓은 장본인. 권력을 끼고 은행돈을 대출받아 기업의 설비와 덩치를 키운다. 이어 이걸 담보삼아 더 큰돈의 대출을 요청한다. 그 만큼 뇌물도 커진다. 상관고리의 악순환임을 이제 국민들이 다 안다. 또한 직업분류표에도 없지만 돈 세탁업은 엄연히 존재했고, 또 흥청거리며 흥행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필자는 과거 한국의 탐욕스런 사장의 이미지와 미래의 경영전문가(CEO)의 이미지를 대비하고 연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0~70년대 고바우 만화가 인기였다. 사장은 뚱뚱하고 탐욕스럽고 심술이 많다. 사원들에게 보너스조차 주기 아까워했다. 탈세를 절세라 주장했다. 얼마나 남의 돈을 잘 끌어들여서 펑펑 잘 쓰느냐가 사내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은행은 유능한(?) 사업가의 먹이처럼 되어갔다. 과장해서 말하면 도둑놈, 사기꾼, 또는 뻔뻔스런 범법자가 사장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반성해 보고 싶다. 빌 게이츠는 어떤가? 범법이나 탐욕과는 애당초 다르다. 명문 하버드대를 다닌 수재. 미래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예감하고 허름한 차고에서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한 용기있는 벤처기업가. 그리고 끊임없이 창조적 부가가치를 현대사회에 제공하므로써 오늘의 성공을 일궈 낸 테크놀로지와 경영의 귀재. 현대 문명을 뛰어 넘어 미래를 예언하면서 국제적 식견으로 지적기업(知的企業)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지도자. 그러면서도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캐쥬얼을 즐겨 입는 젊고 맑은 미소의 청부(淸富). 자선기관에 거액을 쾌척하며 더불어 삶을 향유할 줄 아는 신사.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의 CEO 이미지가 아닌가! 우리는 자녀교육부터 도둑놈을 조장했는지 모르겠다. 남의 것도 잘 빼앗아 먹고, 덩치 좋으면 장군 깜, 사장될 녀석이라고 하던 시절의 부모 교육이 부끄럽다. 분유 잘 먹어 몸무게 많이 나가는 비만아를 「우량아」라고 상까지 주던 슬프고 우스꽝스런 60년대의 기업이벤트가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궁핍하던 시절의 우화같은 사건들을 돌이키다 보면 씁스레하게 동정이 가기도 한다. 이렇게 반성할 창피한 과거가 있기에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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