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우유 공급처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원유(原乳) 감산을 위해 '젖소 도축'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이달 초 자율 감산안을 내놓은 낙농진흥회보다 강력한 조치로 낙농가의 반발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낙농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24일 총회를 열고 착유량을 줄이기 위해 낙농가당 3마리의 젖소를 의무적으로 도축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원유 감산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11년 만이다.
현재 서울우유협동조합 소속 낙농가는 1,800여곳으로 이번 결정에 따라 총 5,400여마리가 도축될 예정이다. 이는 서울우유협동조합 낙농가 보유 착유우(6만7,000여두)의 8% 규모로 전체 착유우(6월 기준·20만9.766두)의 2.5%에 해당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원유 공급 과잉으로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젖소 도축 방식의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총 생산량은 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남양유업·매일유업 등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진흥회는 최근 원유 감산안을 확정하고 이달부터 시행 중이다. 농가마다 배정한 쿼터 물량의 일정 부분(3.47%)을 정상가의 10%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정상가를 크게 밑도는 값에 원유를 매입해 농가의 자율적인 생산 감축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하루 우유 생산량만 2,000ℓ로 이는 국내 전체(5,000ℓ)의 40%에 달하는 물량이다. 낙농진흥회 물량은 26%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원유 생산량의 70%가량을 취급하는 양 단체가 낙농가의 반발을 감수하고 원유 감산에 나선 이유는 다양한 대체 음료의 등장과 출산 감소 여파로 우유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2008년 우유 파동으로 낙농가의 원유 생산 쿼터가 늘면서 공급량은 오히려 초과하는 기형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예상 원유 생산량은 총 220만6,000톤으로 따뜻한 날씨 탓에 지난해보다 20만톤이나 늘었다"며 "이 가운데 잉여 생산량만 11만여톤에 달해 양 단체가 특단의 조치로 원유 감축 방안을 연이어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가 종사자들은 원유 감산 방안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농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한 목장주는 "농가 생명줄인 젖소를 강제 도축해야 한다는 점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남아도는 우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급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희생을 감수한 낙농가의 소득 보전 조치와 함께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