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민연금은 의결권 보유 상장회사가 계약관계에 있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이해관계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거수기' 노릇을 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7일 '2012년도 제1차 회의'를 열고 의결권 보유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의결권 행사기준을 확대 적용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심의ㆍ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외이사 선임 반대 사유로는 ▦당해 회사 또는 계열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 ▦이사회 참석률이 60% 미만이었던 자 ▦사외이사 재직 연수가 10년을 초과한 자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 밖에 법률자문ㆍ경영자문 등의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자'라는 조항을 신설, 반대 의견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다.
양성일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그동안 해당 회사의 자문변호사ㆍ회계사 등이 사외이사로 추천되는 경우 회사와의 이해관계가 뚜렷해 사외이사로 적합하지 않는데도 반대할 수 있는 사유가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은 기존 조항으로는 반대할 수 없었던 관계인 등에 대해 의견을 행사하는 길을 연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기업의 우려처럼 신설된 조항 중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해 독립성이 훼손되는 경우'라는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양 연금정책관은 "국민연금의 기업 의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등 국민적 합의가 도출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앞으로 국민연금이 기업의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 역시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3대 주주로 있는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만큼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미 상법과 자본시장통합법에서 기업 이해관계자의 사외이사 선임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기업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