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재산업 육성, 정부가 앞장을


전 세계가 소재산업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소재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세계 주요 기업과 국가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타이타늄 소재 골프클럽헤드는 미국의 첨단기술프로그램(ATP, Advanced Technology Program)의 지원으로 개발된 기초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은 지난 1988년 미국 의회의 주도로 입안돼 미국 상무부의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주관으로 1990년부터 시행됐으며, 2000년까지 약 17억8,0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 중 소재 부문에 약 2억5,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사업의 목적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 상업화 하는 것.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기술 개발에 약 250만 달러씩 10년간 투자했고, 기술이 개발된 후 중국 베이징항공재료연구소로 기술을 이전해 일본 미즈노 등 세계적인 스포츠용품회사에 공급자 주문(OEM) 방식으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간 협력은 최근 들어 전 세계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 1997년부터 5년간 통상산업성의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 주관으로 알루미늄 소재 개발을 위해 연간 10억엔 규모로 ‘슈퍼메탈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곳에는 6개 경금속 회사와 4개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유럽에서도 지난 2000년 이미 올해부터 유해물질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크롬도금의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01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핀란드ㆍ스웨덴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연간 평균 750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세계의 움직임을 우리나라의 소재산업과 비교한다면 미국과 일본, 독일 등 기술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인도 및 중국 등 후발 경쟁국의 추격이 거세 소재산업 만큼은 국제 경쟁력이 밑바닥임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강점인 조립 및 가공산업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저기능 저가격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고기능 고가격 위주의 첨단 기초소재를 육성하는 산업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소재산업의 육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생존을 위한 가장 현명한 대처 방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재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기술선진국의 산업종속화의 횡포에 따른 국제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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