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예술의전당 주역배우 계약파문 소동

[기자의 눈] 예술의전당 주역배우 계약파문 소동 홍병문 기자 hbm@sed.co.kr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중국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다음 달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이다. 문화 현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최근 나비 효과를 연상하게 하는 일이 공연가에도 벌어졌다. 지난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에는 원래 독일서 활약하는 테너 김재형씨와 뉴욕메트로폴리탄극장의 테너 리처드 마지슨이 오르기로 돼 있었다. 나흘 일정의 오페라 돈 카를로 공연 중 이틀씩 주역을 나눠서 맡는 방식이다. 그런데 10월9일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자 마지슨이 내한 날짜를 미루기 시작했다. 사연을 물어보니 지정학적 위기 탓에 한국에 오기가 두렵다는 마지슨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자체기획 오페라 시대 10년을 맞는 특별공연으로 돈 카를로를 선택했던 예술의전당은 다급해졌다. 수소문 끝에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국인 테너 세자르 에르난데스를 영입하기로 하고 그와 서둘러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에르난데스와의 계약을 알선한 기획사의 불분명한 의사소통 과정을 문제삼은 예술의전당이 일방적으로 에르난데스 영입을 취소하고 김재형씨 단독 주연 공연으로 제작발표회를 가진 것이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에 도착했고 예술의전당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항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에르난데스는 둘째날 공연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예술의전당과 합의를 봤지만 10주년 기획 오페라를 위해 공을 들인 예술의전당의 노력은 흠집이 난 뒤였다. 일방적인 공연 취소나 일정 변경 사태가 빈번한 우리 공연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일은 그다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 전문 기관인 예술의전당의 일 처리 치고는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세심한 협상력과 성악가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관객들이 내막도 모른 채 주역배우가 뒤바뀌는 불편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6/11/08 16:15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