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해외판결] '닛산 SUV 설계부실로 전복' 소송

"디자인 하자로 볼수 없다"

미 캘리포니아 LA 연방법원의 배심원들은 지난 10일 일본의 닛산(Nissan)이 제조 판매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패스파인더(Pathfinder)의 디자인에 결함이 없다는 평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1990년형 패스파인더를 구입한 스캇 고든(Scott Gorden)이 2003년 6월경 고속도로 주행 중 차가 커브길을 돌면서 비포장된 갓길로 바퀴가 빠지자 다시 고속도로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핸들을 꺾는 순간 차가 회전하며 전복된 사고에서 비롯됐다. 사고 당시 콜로라도 로스쿨 재학생이던 스캇은 차량 너비가 최소한 6인치 이상 더 넓고 차량의 무게중심이 좀더 낮았다면 위와 같은 전복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설계 기준에 맞게 SUV를 제조 판매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닛산을 상대로 제조물 책임 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들은 위 사고가 패스파인더의 디자인 자체에 하자가 있어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비포장도로 표면에 마모된 타이어로 인해 발생한 차량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고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SUV의 하자를 주장하면서 제조물책임소송을 제기한 사례로 2004년 7월경 차량 전복사고로 숨진 J 아나운서의 남편이 당시 아내가 타던 SUV 제조사인 쌍용 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있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J씨가 탔던 렉스턴 자동차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J씨가 급박한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사고 장소에서 80km로 빠르게 진행하다 핸들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SUV의 이러한 전복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 관리국은 2012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전복방지기술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자동차의 안전성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공개하여 제작사로 하여금 안전한 자동차를 제작하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자동차의 안전도를 향상시키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제도’를 1999년부터 시행중이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높아져가는 SUV에 대한 인기와 아울러 무게중심이 비교적 높은 SUV의 전복사고의 위험성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주행전복 안전성 평가’를 추가하는 내용의 '자동차 안전도 평가 등에 관한 요령'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김 정 훈 변호사 (한국, 미국 뉴욕주) 법무법인 바른 (Kim, Chang & Lee) jhk@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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