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명분으로 법 제정을 통해 규제 일변도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논란과 관련해 우선 통신비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가계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는 높은 통신비 문제가 대표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을 추진하면서 이동통신 분리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동통신사들이 반발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분리요금제는 기존과 같이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보조금을 받는 방식과 소비자가 휴대폰 단말기를 따로 구입한 후 가입하면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는 방식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휴대폰 단말기를 따로 구입하고 가입해 보조금을 따로 받을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비용은 물론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져 반대하는 입장이다. 분리요금제는 오래 전부터 소비자들이 요구해온 제도지만 정부가 외면하고 이동통신사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최근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이동통신사를 통한 구매에 대해 분리요금제를 시행해 오히려 제도 도입 후 휴대폰 단말기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실패한 바 있다며 유럽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은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휴대폰을 구입한 후 소비자들이 요금이 저렴한 통신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저렴한 자급제 휴대폰 경쟁과 요금할인 경쟁으로 일석이조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형태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자 통신요금은 2배 이상 상승했지만 단말기는 10% 안팎 오르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피처폰 시절에는 소비자들의 사용패턴이 음성통화 이용이 많아 2008년의 경우 가장 많은 기본요금제는 2만7,000원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나오고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올해는 6만5,000만원의 LTE 요금제가 기본요금제로 자리잡았다. 요금제가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반면 단말기는 2013년 출시된 갤럭시S4의 소비자가격이 89만원9,000원으로 2008년 출시된 스마트폰 햅틱의 80만원과 비교하면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박갑주 건국대 교수는 "수년 전부터 소비자들은 저렴한 통신비용을 위해 분리요금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물론 이동통신사들이 제도 도입을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유럽식 분리요금제를 시행해 저렴한 요금체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