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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앞으로 최대 규모 9.1에 달하는 거대 지진이 서일본 일대를 강타할 가능성을 공식 제기함에 따라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최대 34m 높이의 쓰나미를 동반하는 거대 지진 가능성이 공식화함에 따라 일본은 기존 지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추정치에 비해 지진 규모와 피해범위가 대폭 확대된 이번 발표 내용은 특히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계획의 발목을 잡는 한편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을 부추기는 등 일본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각부 산하 전문가검토회는 지난달 31일 일본 중부 시즈오카(靜岡)현에서 남부 규슈(九州)의 미야자키(宮崎)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南海) 트러프(해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거대 지진의 규모와 피해범위 등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참고해 지난 2003년에 상정했던 수치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거대 서일본 지진(이하 서일본 대지진)'으로 명명된 대지진의 규모(M)는 지난해 3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대 9.1, 이에 동반하는 쓰나미는 일부 지역에서 최대 34m 높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3년 추정 당시에는 지진 규모 8.8, 쓰나미 높이는 20m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범위는 기존 예측에 비해 23배 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진도 7 이상의 강진 피해를 입을 지역 범위는 당초 예상치의 20배로 늘어났다.
서일본 대지진은 일본 태평양 쪽 연안의 지진대인 도카이(東海), 도난카이(東南海), 난카이(南海) 지진이 동시 발생할 가능성을 상정한 것으로 정부 산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도난카이와 난카이 지진이 앞으로 30년 내에 발생할 확률을 60~70%로 보고 있다. 다만 3개 지진이 동시 발생할 확률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이와 별도로 문부과학성 프로젝트팀이 도쿄만 북부에서 규모 7급의 지진이 일어날 때의 충격을 예측한 진도 분포도를 공표해 대지진 우려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규모 7급 이상의 수도권 직하형 지진은 30년 내 발생 가능성이 70%에 달하며 실제 발생할 경우 수도권 2,500만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기존 예측범위를 초과하는 거대 지진 가능성은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과 방재대책, 기업의 생산기지 전략 등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전의 경우 재가동의 조건이 되는 스트레스테스트가 이번에 재상정된 지진 규모 및 쓰나미 높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방파벽 확충 등 근본적인 안전대책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가령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전 1∼5호기를 운영하는 주부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주변 방파제를 18m로 높이는 공사를 벌이고 있으나 서일본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최고 21m의 쓰나미가 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체들도 또 한 번의 메가톤급 지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생산기지 해외이전에 박차를 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대지진에 따른 생산차질을 겪은 후 주요 부품의 재고비축분을 늘리고 해외거점을 확충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해왔으나 이번 정부 발표를 계기로 이 같은 움직임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반도체 등 주요 부품에 대해 2개월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스즈키는 쓰나미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위치한 기술센터를 내륙 지방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가나가와현에 모든 부품설계도를 디지털 정보로 축적, 재해로 국내 생산이 어려워질 경우 설계 데이터를 해외로 전송해 미국 등에서 대체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