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E기업은 지난달 2일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에서 올해 영업이익과 순익 전망치를 당초 예상치보다 무려 59%, 55%나 줄어든 37억원, 23억원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산출근거에는 왜 실적이 반 토막 났는지에 대한 이유는 없고 '주요 핵심사업의 매출 증가'라고만 적혀 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E기업이 올해 실적 전망을 낮춤과 동시에 장밋빛의 '2011년 사업계획'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E기업은 '올해 영업이익은 안 좋지만 내년에는 좋다'고 하면서 이유는 왜 내년이 좋은지에 대해서만 명시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동일한 공시를 발표한 코스닥업체 K기업도 같은 꼼수를 부렸다. 매출액(-7.6%)과 영업이익(-25.4%)ㆍ순익(-16%)이 모두 줄었음에도 산출 근거란에는 '유럽지역 신규거래 본격화로 매출 확대' 등 내년 매출이 왜 25% 증가하는지에 대한 이유만 잔뜩 늘어놓았다. 성적이 나쁘게 나온 아이에게 왜 성적이 떨어졌냐고 물었는데 왜 자기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이는 투자자를 농락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11ㆍ11 옵션만기 대란에서도 알 수 있듯 단 몇 초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 세상이다. 더욱이 1년 뒤의 기업 실적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기에 정정의 기회를 부여하고 근거를 설명할 수 있도록 제도로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이용해 투자자에게 실적 부진의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기업도 많다. 지난 17일 영업실적 전망을 낮춘다고 밝힌 N기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을 대폭 낮추면서도 사유를 9개나 열거하며 실적부진의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다른 K사도 실적 전망을 하향하면서 발주 지연, 투자비용 증가 등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실적부진을 반성하는 기업과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부각하는 기업 중 어느 기업이 더 투자자에게 믿음을 줄 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거래소나 금융당국은 해당 기업이 영업실적 전망을 하향할 경우 그 근거를 충실히 기재하도록 권장해서 '잔꾀 공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