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정치권과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롯데그룹은 팽팽한 긴장 속에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점검작업에 협조하되 그룹의 정체성 논란과 정부 특혜설에 대해서만큼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가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문제는 롯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그룹 지배구조 전반을 투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경영권의 향배가 아직 결판나지 않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롯데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청한 그룹 전체 계열사 주주 및 지분 보유 현황, 임원 현황 등의 자료를 오는 20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계열사인 롯데알미늄·롯데로지스틱스의 2·4분기 결산보고서와 이 회사들의 최대주주인 일본 L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도 17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다. 롯데는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가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롯데는 '한국에서 수익을 올려 일본으로 넘긴다'는 이른바 국부 유출 논란이나 정부 특혜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부 사실이 왜곡돼 일반에 유포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오해를 해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그룹은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일본 주주들에 지급한다는 비판 외에도 한국 본사가 위치한 소공동이나 잠실 롯데월드 부지 매입 당시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2차대전 전범 가문 연관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롯데그룹은 이처럼 거센 외풍을 하루속히 잠재우는 데 주력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용인될 수 있는 최적의 지배구조 구성도 점차 모색할 계획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경영권 분쟁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