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게으른 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준다.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세명의 종들에게 은화인 달란트(talent)를 달리 줬다.
그는 능력에 따라 한 종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다른 종에게는 두 달란트를, 또 다른 종에게는 한 달란트를 각각 지급했다.
이중 두 종은 열심히 일해서 주인이 돌아왔을 때 두 배로 만들어 내놓았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았던 종은 그 은화를 땅에 묻어뒀다가 그대로 주인에게 내밀었다.
주인은 두 배로 늘린 종들에게는 “너희들은 작은 일에 충실했으니 더 많은 것을 맡길 것”이라고 칭찬한 반면 한 달란트를 맡겼던 종에게는 “게으른 종”이라고 심하게 나무랐다.
주인은 한 달란트마저 빼앗아 열 달란트를 만든 종에게 줬다.
우리나라에서는 ‘탤런트(talent)’는 드라마의 연기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주인이 종들에게 각각의 능력에 따라 달란트를 맡기고 그것을 투자해 이익을 남기도록 명한 비유에서 보듯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천부적 재능과 임무로 해석되고 있다.
주인이 게으른 종을 나무랐던 근본 이유는 그 재능이 낮아서가 아니라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나태함에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중요하다고 느끼고 생색낼 수 있는 일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크고 작은 톱니가 맞물려야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앙의 큰 톱니바퀴만 바라보고 변방의 작은 톱니는 거들떠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역할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우리 몸에 수많은 장기(臟器)가 있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우리는 가끔 명절 연휴기간에 환경미화원들의 역할이 새삼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평상시 어둠을 깨고 나와 주변을 정리해왔던 환경미화원들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명절 연휴 미화원들이 손을 놓는 경우 도시 미관은 엉망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후 30여년이 흘렀다.
때로는 남들한테 인기 없는 자리(?)에 있었지만 묵묵히 일하다 보면 소위 좋은 자리(?)에서 일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공직 생활을 통해 얻은 하나의 기준과 철학이 있다. 작은 일의 중요성을 알고 오히려 잘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일을 주는 것이다.
게으른 종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사소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큰 일은 더더욱 맡길 수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