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주사 계열에 밥그릇을 뺏긴데다 예보료ㆍ충당금 규제가 엄격해 저축은행들이 두 번 울상 짓고 있다. "이러다가 고사할 것"이라는 말이 업계 곳곳에서 절로 나온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계열 하나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의 1ㆍ4분기 당기순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 각각 72억원, 30억원이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순익이 높아진 것은 은행과의 연계 사업이 주요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저축은행에 대출을 소개해주고 저축은행 고객도 시중은행 ATM을 사용할 수 있게 한 덕을 봤다. KB저축은행도 영업기반이 안정된 것을 순익 상승의 원인으로 봤다.
은행계열 저축은행이 연계영업으로 순풍을 타지만 기존 저축은행들이 준비한 연계영업은 고사직전이다. 상품개발도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데다 같은 조건이라면 은행 계열이 더 안전하다고 고객들이 판단하는 탓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1금융권이고 저축은행이 2금융권이라면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1.5금융권이 될 것"이라며 " 1.5금융권이 저축은행 업계를 선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연계 영업 등으로 궤도에 오르면 기존 저축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KB저축은행이 예정대로 예한솔저축은행을 인수하면 4대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모두 총자산 1조원이 넘는 대형저축은행으로 탈바꿈한다.
예금보험료와 충당금 규제도 저축은행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다. 저축은행 예보료는 현재 0.4%로, 구조조정 시기를 거친 이후인 지난해 7월 0.35%에서 0.05% 포인트 늘었다. 예보료는 부도나면 고객들이 가진 예금액을 보존해주기 위해 마련된 보험 기금이다.
하지만 부실 대형저축은행이 대부분 정리 돼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어 든 것이 사실. 이에 따라 예보료의 현실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예보도 이를 인식하고 다음해부터 예보료 차등적용을 준비하고 TF를 구성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차등적용 받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 지 여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혜를 보는 저축은행이 있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엄격한 검사도 저축은행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게 충당금 기준. 두 저축은행에서 대출 받은 고객이 A저축은행에는 꾸준히 돈을 갚지만 B저축은행에는 안 갚는 경우, 연체 기간에 따라 '정상'이'고정이하'로 분류돼 많게는 100%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를 고객으로 하는 저축은행에 검사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면 고객들에게는 대출을 내줄 수 없게 되고 저축은행은 높은 충당금을 쌓아야 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달 중 워크숍을 열고 업계의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