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8개 소비품에 대해 대대적인 국내외 가격비교 조사에 나선다. 국제시세보다 비싸면 시중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유통구조 개선 등의 대책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시장경제 국가에서 정부가 특정 품목의 가격을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시세를 비교ㆍ조사할 48개 품목이 확정됐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부터 국제시세 비교가 가능한 품목 11여개에 대한 가격차이를 조사, 발표해왔으며 올해는 대상을 확대해 30개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서민 생활필수품이 국제시세보다 비싸다면 대책을 세워 수급을 조정해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품목이 48개로 확대됐다. 조사 대상 품목은 캔맥주ㆍ휘발유ㆍ전문점커피ㆍ아이폰ㆍ타이레놀 등 이미 선정돼 있던 30개 외에 밀가루ㆍ라면ㆍ빵ㆍ콜라ㆍ피자 등 생필품이 이번에 추가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국내외 가격차이와 원인을 발표하고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가격차이의 원인과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해당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기 때문에 대책마련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과ㆍ라면 등 식품 업체 쪽은 이번 정부 발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라면 업체 관계자는 "밀가루처럼 국제선물거래가 가능하지도 않은 제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가격을 비교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각 나라의 문화나 경제상황에 따라 제품가격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2008년 선보인 생활필수 품목 52개의 'MB물가지수'도 사실상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이번 대책 또한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실제로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월 52개 주요 MB물가 중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가격이 내린 것은 10개뿐이고 39개 품목은 오히려 가격이 뛰었다. 한국물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새롭게 추가된 품목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것도 있아 단순히 국내에서 가격을 규제하기 어려운 품목도 많다"며 "개별 상품들의 규격이나 가격도 다양한 만큼 (가격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