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극비 방중] 김정은 왜 동행 안했나

"세자책봉 윤허로 비쳐지면 굴욕"… 국제사회 이목 고려한듯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일행에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셋째아들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3일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인권민주화운동 뉴스센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단둥(丹東)시에서 김 위원장 영접에 참석한 한 지역 관계자가 일행 중에 김정은의 모습이 없었다고 중국인권민주화운동 뉴스센터에 전했다. 김정은이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일행에서 빠진 것은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지 불과 1년4개월 만에, 공식화 단계도 밟지 않은 상황에서 부자가 함께 방중할 경우 자칫 국제사회에 ‘세자 책봉을 윤허 받기 위한 굴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유일한 후원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 기대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중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정치ㆍ경제적 예속’을 크게 우려해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ㆍ정은 부자의 동행 방중은 청나라 때 세자 책봉 사실을 알리러 가는 것과 비슷한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주민을 상대로 김정은에 대한 홍보전을 펴면서도 그의 얼굴을 꽁꽁 감추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는 ‘얼굴 없는 후계자’를 중국 지도부에 먼저 선보이는 것은 북한 내 주민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과거 김 위원장도 지난 1959년과 1965년 김일성 주석의 수행원으로 소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결정되기 훨씬 이전으로 신분은 순수하게 지도자의 아들로 현재 김정은의 위치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김정은의 방중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김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데뷔한 뒤 1983년 2인자인 당 조직ㆍ선전비서의 직책을 갖고 후야오방(胡耀邦) 당시 공산당 총서기의 초청을 받아 방중했다. 김정은도 후계자로 공인 받는 절차를 밟은 뒤 차기 실력자의 이미지와 지위에 걸맞은 직책을 부여 받아 첫 외국 방문이라는 나름 의미 있는 형식을 갖춰 방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오는 2012년 당대회를 열어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따라 이르면 노동당 창건 65주년인 올해 하반기나 내년으로 앞당긴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