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인류의 역사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구분했으나 인터넷이 거의 모든 인류의 생활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요즈음에는 인터넷 이전과 이후로 인류의 역사를 구분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됐다. 그만큼 인터넷의 영향은 전세계적으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영향의 한가운데 인터넷 포털(Portal)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용어사전에 따르면 포털은 사전적인 의미로 ‘현관’ 또는 ‘관문’을 뜻하는데 인터넷 포털은 집안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현관처럼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때 늘 거치도록 만든
사이트로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공급 측면이나 수요의 양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인터넷 환경을 보유하고 있는데 네이버ㆍ다음ㆍ네이트 등 토종 포털들도 인터넷의 관문인 포털로서 인터넷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포털의 시장집중도가 강화되고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포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갑작스럽게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위원회ㆍ통신위원회ㆍ국세청 등의 정부기관들이 포털기업간 담합이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데 이어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포털에 대한 규제 입법화를 추진하면서 포털이 사회적 논의의 주요대상으로 부각됐다.
포털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포털 산업의 발전이 우리 사회, 기업 및 개인에게 다양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로 인해 염려되는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포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포털은 산업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으나 독과점 체제에 따른 콘텐츠 업체와의 불공정거래 의혹, 인터넷 이용자들의 사생활 정보 노출 가능성, 불법복제 콘텐츠나 음란물의 유통 문제, 폐쇄형 포털 유지에 따른 정보독점 문제, 새로운 언론으로서의 책임 회피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제는 사회적인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유아기를 벗어나 성장단계에 돌입한 인터넷 포털산업이 최근 포털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포털 기업 자신들이 포털의 역기능과 함께 사회적인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즉 포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을 자원을 효율적 활용해 기업 내부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행위로 한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윤리경영으로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기업의 생존과 발전이 단위기업 차원이 아니라 ‘공급망 사슬’(Supply chain) 차원의 경쟁력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전체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인터넷 관문으로서 당연하게 감당해야 하는 역할로 봐야 한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생산 주체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도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포털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인 시각들을 감안할 때 포털 기업들은 보다 전향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인터넷 이용자들 역시 포털이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포털에 대한 섣부른 규제에 나서기보다는 참여와 개방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을 최대한 살려 업계 스스로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고 상생적이고 자율적인 게임의 룰을 확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털이 인터넷 세계로 향하는 관문으로 남을 것인가, 혹은 한때 인터넷에서 흥성했다가 사라진 폐가의 현관이 될 것인가는 이제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