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설계관련 강의를 하면서 ‘장수 리스크’를 얘기하면 오래사는 게 축복이지 왜 위험하다는 말이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리스크라고 하면 바로 위험이라는 말을 떠올려서 부정적인 생각만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리스크(risk)는 위험이라는 말과 구분해 써야 한다. 위험이라는 말의 영어표현은 데인저(danger)다.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라고 말할 때의 위험인 것이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이다.
라틴어에서 나온 리스크라는 말은 본래 ‘용기를 갖고 시도해본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청년이 사귀고 싶은 여성이 있다면 용기를 내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한다. 데이트 신청을 하면 상대가 응해줄 수도 있지만 거절당 할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따른다. 거절 당할까 봐 겁나서 데이트 신청을 포기하면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놓치게 된다. 따라서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상대가 응해오도록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왜 장수하는 데 리스크가 따른다는 말인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계획(Planning)의 문제인 것이다. 계획을 전혀 세워 놓지 않았거나 장수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애설계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인생 90년+ α’, 다시 말하면, 100년 정도의 인생을 전제로 생애설계를 하고 그 설계에 맞는 생활을 하면서 자산관리를 해나간다면 장수는 축복이 될 것이다.
이것은 자산운용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두려워 금융기관이 원금을 책임지는 예금만 해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가격 변동의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우자나 직업을 선택하는 일부터 가계자산을 운용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 리스크를 피해서는 안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되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