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고 시장을 움직여라(Inspire people, Move markets).’ 독일 베를린에서 29일 막을 올리는 ‘베를린 국제가전 멀티미디어 박람회(IFA 2008)’의 주제는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이를 시장으로 연결하자는 것. 쉽게 말해 ‘감성과 시장’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올해로 48회째를 맞은 IFA 행사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혈전(血戰)’을 벌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양대 코리아 가전업체들은 IFA 무대를 통해 한층 진화된 디지털 기능과 21세기형 디자인 감각을 입힌 첨단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우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면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이번 행사에서 그동안 한국 기업들에 넘겨준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격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세계 가전업체들이 좁게는 유럽 시장을, 넓게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칠 것”이라며 “(올해 행사가) 앞으로 3~5년 동안 TV를 비롯한 세계 가전시장의 패권을 가름할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행사는 참가업체별로 최대 400~500여개 제품이 등장하는 ‘첨단제품의 경연장’이다. 15만2200㎡ 규모의 전시장에 참가업체만도 삼성ㆍLGㆍ소니ㆍ샤프ㆍ파나소닉ㆍ도시바ㆍ필립스 등 총 1,212개에 이른다. 특히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 등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 ‘별들의 전쟁’으로까지 불린다. 이번 행사의 트렌드는 ▦얇은 평판TV ▦초고화질(풀HD)과 콘텐츠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킹과 컨버전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백색가전) ▦친환경 등이다. 행사의 백미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전개될 한국과 일본 양국의 기술 및 마케팅 경합이다. 일본은 소니가 참가업체 중 최대 규모이자 우리 기업의 두배에 이르는 5,950㎡ 초대형 부스를 마련하는 등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소니는 이번 전시회를 1위 탈환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 아래 최근 출시한 LCD TV(브라비아X4500)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신제품을 대거 출품했다. 국내 기업들은 최첨단 제품들에 승부를 건다. 이번 전시회에 총 462개의 제품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100여종의 첨단제품을 처음 내놓았으며 40인치까지 발광다이오드(LED) 채택을 확대한 크리스털로즈 디자인 평판TV 시리즈 등으로 시장의 진정한 1인자임을 확인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도 유럽 시장에 처음 공개하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풀 HD TV 등으로 승부를 걸었으며 올해 신설된 생활가전 분야에도 아트가전 등 신제품을 대거 내놓고 유럽 시장 장악에 나섰다. 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상무는 “일본이 올 들어 대만과의 연합이나 가격인하 등으로 한국 타도에 나섰고 이번 전시회는 그 상징적 무대”라면서 “앞으로 3~5년 내에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한 한일 간의 격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