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 배임 범죄와 달라" 대기업 총수로 도주우려 없고 구속때 경제적 파장도 고려
입력 2008.04.17 21:25:28수정
2008.04.17 21:25:28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행위와는 다릅니다.”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17일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경영진 10명을 배임과 조세포탈 등 3개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불구속하기로 한 데 대해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세금회피 행위나 배임 범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회장 등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등 4조5,000억원의 비자금을 1,000여개 차명계좌에 분산시켜 세금을 회피했고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주식 등을 사고 팔면서도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지만 일반적 범죄의 속성과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이 재산을 차명 관리한 것은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세금회피 행위나 배임 범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부분이나 에버랜드 및 삼성SDS 관련 배임 액수가 거액인 점에 비춰 조 특검도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나 포탈한 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서 중죄에 해당한다”며 ‘구속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조 특검은 “이번 사건은 전략기획실이라는 조직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유지ㆍ관리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지금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형사상 범죄로 처단하는 것이라 다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을 반드시 구속 수사할 필요성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기업 총수의 신분상 도주 우려가 별로 없는데다 사건 관련자들이 사실관계를 대부분 시인해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도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구속시 예상되는 엄청난 경제적 파장도 불구속 사유로 감안됐다. 이 회장을 포함한 피의자들이 삼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어 구속하면 기업경영에 커다란 공백과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경쟁이 심한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특검팀이 불구속 판단을 내린 핵심적 이유 중 하나다. 조 특검이 “(이 회장 등을) 신병 구속하면 기업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조 특검은 이와 함께 “법의 적용ㆍ집행에는 보편성이 있어야 하며 불합리한 차별은 용인될 수 없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평등한 법적용의 경우 그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가진 개별적 특수성이나 시대적 상황 등 다른 요소는 전혀 외면한 채 기계적으로 똑같이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