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도 기자<국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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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망쳤습니다. 내 잘못입니다(I screwed up. I messed up).”
지난 1월20일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것도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절제된 표현이 아니라 길거리 서민들이 쓰는 언어로 솔직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다. CBSㆍNBCㆍ폭스뉴스 등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내 자신과 우리 팀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자책했다.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며 “호되게 벌받고 싶다”고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가혹할 만큼 채찍질을 한 것은 연이은 ‘탈세 스캔들’에 따른 측근들의 낙마 때문이다.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에 이어 백악관 성과관리 최고책임자로 내정됐던 낸시 킬리퍼 전 재무부 차관보가 탈세 문제로 물러나면서 도덕성에 흠집이 난 그는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마저 동일한 문제로 사퇴하며 결정타를 맞았다.
변화와 개혁을 내세우고 당선돼 이제 출범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이 그를 국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게 만든 것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은 여론을 의식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대국민 사과성명보다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내 탓이오”를 외치는 오바마 대통령의 동영상은 유튜브 등에 올려져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이번 실수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앞으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8년 재임기간 동안 자신의 과오에 대해 꼿꼿함으로 일관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사뭇 다른 ‘오바마식 소통’이 진가를 발휘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평가가 남다르지만 사실 오마바 대통령이 한 행동은 특별하기보다 오히려 평범함에 가깝다. ‘정서법’, 즉 ‘정치란 소통이다’라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마저 대화와 소통을 거부당하고 원칙과 규칙만을 강요 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