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실세·PK출신 의원·지자체장 등 챙겨/김종국·박승규씨는 여, 이용남씨는 야 상대한보그룹은 은행 특혜대출로 빼돌려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여야 정치인과 권력핵심부에 전달했을까.
한보 비자금의 핵심 전달자는 정태수 총회장을 비롯 정보근 회장, 김종국 전 한보재정본부장, 이용남 전(주)한보사장, 박승규 한보문화재단이사장을 꼽을 수 있다.
수서비리와 노태우비자금사건, 한보사태를 일으켜 반사회적 기업인으로 찍힌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 등을 위해 정·관계 압력으로 5조원 규모를 은행에서 대출받은 다음 수천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경남 진주출신인 정총회장은 지난 92년 대선때 거액을 YS선거캠프에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고 그후 권력핵심부와의 각별한 관계를 바탕으로 문민정부 이후에도 정치권 실세에 직접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총회장은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과 국회재경위원장 황병태 의원, 신한국당 정재철 의원에게 수억원의 대가성 자금을 제공한 결과 이들은 현재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정총회장은 또 3남인 정회장의 대학선배 신한국당 정재철 의원을 통해 정의원과 대학동문이면서 40년 지기로 알려진 국민회의 실세 권노갑 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민주계 실세 인 신한국당 최형우 고문, 서석재 의원에게는 본인이 평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정총회장은 또 동향인 하순봉 의원(진주을·이회창대표 비서실장)은 물론 부산·경남지역(PK) 국회의원들과 해당지역 자치단체장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총회장은 이와함께 한보그룹 거액대출과 대출비리 무마용으로 본인의 진두지휘 아래 4명을 「돈 심부름꾼」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선 정회장의 경우 젊은 재벌 2세 모임인 「경영연구회」를 통해 YS정권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김현철씨에게 접근한 다음 돈독한 친분관계 유지를 위해 거액의 비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나하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한보그룹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은 김덕룡 의원 측근과 박종웅 의원 등 주로 여권인사에게 돈을 준 것으로 최근 검찰에서 밝혀졌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고대법대를 졸업한 이용남 전 사장은 학연과 민주화운동을 연결고리로 국민회의 김상현 김원길 의원과 민주당 이중재 의원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면서 상당액의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3공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5공때 초대 환경청장을 지낸 박승규 이사장은 신한국당 김윤환 고문과 자민련 김용환 사무총장에게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는 등 구여권인사를 로비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한보그룹 정총회장은 돈으로 권력핵심부를 매수,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돈을 대출받아 무모한 사업을 벌인 다음 끝내 기업을 망쳐 국민경제를 멍들게 한 반사회적 기업인의 상징이다.<황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