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결정 빨라지고 경영진 젊어졌다

롯데 '신동빈 부회장號' 출범 3주년
백화점 임차방식으로 확장 효율 높여


롯데가 ‘신동빈(52ㆍ사진) 부회장 호(號)’ 출범 3년을 맞았다. 신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등장한 것은 2004년 10월 정책본부장에 취임하면서부터. 후계자 수업을 마치고 경영에 본격 참여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롯데는 과거와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는 평가다. 투자방식 변화가 대표적이다. 예전엔 부동산을 매입해 백화점을 짓고 자산가치를 증식시켰지만 이젠 속도있게 임차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오픈한 청주점, 대구점 등 영플라자 2, 3호점이 임차 방식이고, 개점 예정인 부산점도 마찬가지다. 모스크바 백화점은 물론 최근 결정된 송도, 수원, 판교 등 대형쇼핑몰 입점 부지도 모두 임차다. 롯데측은 “임차방식은 의사결정도 빠를 뿐더러 리스크도 줄이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투자여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방식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의사결정 과정도 달라졌다. 예전의 롯데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스타일이었지만 이제는 기회만 포착하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업무를 추진한다. 예컨대 인수합병(M&A)의 경우 과거엔 검토만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요샌 어느 기업보다 M&A에 발 빠르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이뤄졌던 우리홈쇼핑, 빅마트, 중국 초콜릿 회사 인수 등이 그렇다. 경영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신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CEO는 2005년 6명, 2006년 4명, 2007년 3명이다. 2004년 1명과 대조적이다. 신격호 회장이 경험을 중시하고 한번 맡기면 쉽게 교체하지 않는 반면 신부회장은 실적과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큰 탓이다. 자연스럽게 경영진 연령도 60대에서 50대로 젊어졌다. 주력업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엔 부동산을 기점으로 식품과 관광이 주였지만 이젠 화학과 유통, 금융이 주력으로 부상중이다. 특히 신부회장은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금융 쪽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시장경제에도 긍정적이어서 계열사 상장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부회장은 또한 기존 유통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일본과 국내에서 벗어나 중국,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해탄 경영’에서 ‘글로벌경영’으로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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