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경영시대] <상> M&A시장 큰 손 부상

홈플러스 품은 MBK, 현대·동부그룹 제치고 재계 20위 우뚝
한앤컴퍼니도 쌍용양회 인수 땐 30위권 진입
기업 경영·관련업계 판도 바꾸는 최대 변수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동부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20위에 올라서게 된다. 운용규모를 기준으로 MBK에 이어 국내 PEF인 2위인 한앤컴퍼니 역시 재계 순위 3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 PEF발 일대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PEF는 인수한 기업을 대게 5년 정도 운영하다 되팔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업계의 판도에도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경영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CEO스코어에 따르면 MBK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8조2,683억원으로 재계 36위 정도다. MBK는 자기자본이 3조원에 육박하는 ING생명을 비롯해 자산 1조5,760억원 규모의 코웨이와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인 씨앤앰 등 23개 기업을 직간접으로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 자산 규모 5조 6,500억원대의 홈플러스를 추가하면 전체 자산은 14조원에 육박해 지난 4월 기준 재계 21위인 현대그룹(12조5,660억원)의 규모를 뛰어넘는다. 또 20위인 동부그룹이 14조 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구조조정으로 몸집이 크게 줄 수밖에 없어 MBK가 외형 면에서 동부를 제칠 것도 확실시된다.

MBK에 이어 PEF 운용사 중 2위에 올라 있는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말 세계 2위의 공조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한국타이어와 손잡고 3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3조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운용하며 이미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올 들어 슬래그시멘트 원료 생산업체인 포스화인도 인수해 시멘트 업계의 새 강자로 등장했다. 쌍용양회 지분 10%도 보유 중인 한앤컴퍼니가 일본 태평양시멘트 등과 법적 분쟁 중에 있지만 계획대로 쌍용양회를 인수하게 될 경우 재계 3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PEF업계 3위의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역시 채권단이 골머리를 앓아온 대한전선 인수를 치밀한 계획 속에 지난달 마무리하며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전선 생산업체의 새 주인이 됐다. IMM PE는 태림포장그룹과 할리스커피 등을 보유 중이며 100곳에 가까운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연기금의 뭉칫돈이 PEF로 몰리기도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 여건도 PEF의 성장세를 돕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상반기 금융 부문 기업결합이 21건에서 45건으로 크게 증가한 데 대해 "PEF 설립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경쟁 제한성에 대한 이슈가 거의 없어 심사가 편하다"고 전했다. 김교태 삼정KPMG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갈수록 커지는 M&A 시장에서 PEF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업가치 증대를 가장 우선시하는 PEF의 경영방식은 새로운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PEF가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최장 15년으로 투자기한이 정해져 있고 보통 5년 안팎에 투자를 마무리하고 있어 PEF의 기업 매각 역시 업계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다. 실제 보고펀드가 보유 중인 동양생명을 중국의 안방보험에 매각한 것을 기점으로 중국의 생보사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태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1년 휠라코리아와 손잡고 인수한 세계 1위의 미국 골프용품 업체인 아큐시네트 역시 어떻게 주인이 바뀔지 골프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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