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축구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는 이유를 요즘 들어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외국 선수들의 몸값이 600억원, 800억원, 1,000억원 넘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 그 난리를 치르는 흥분과 환호의 도가니 속에서 이기게만 해준다면 그까짓 돈이 문제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선수들의 몸값은 아직 형편이 없다. 프로팀의 흥행이나 열악한 광고시장 수준으로 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래에는 외국팀에 스카우트되는 선수들이 늘어서 10억원대의 얘기가 나온다. 한때 몇몇 인기 연예인들의 광고모델료가 그 광고를 내는 재벌회사 사장들의 연봉을 훨씬 웃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웬일인지 인기 연예인 쪽은 잠잠해지고, 그 대신 야구의 박찬호 선수, 골프의 박세리 선수가 뛰어올랐다. 지금까지는 박세리 선수의 몸값을 최고로 쳤다. 그 동안 삼성전자에서 받은 액수가 1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결별했다고는 하나 재협상 과정에서 박세리 선수가 300억원인지 500억원인지를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여하간 100억원대의 몸값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몸값흥정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도 몸값 올리기가 화두(話頭)로 등장했다. 월급받는 쪽이나 고용하는 쪽에서 다 같이 이해가 맞는 듯하다. 월급받는 처지에서는 '종신고용ㆍ연공서열이 무너져 언제 정리해고될지 모르는 마당에 우리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고, 어떻게든 능력을 키워 제 대접 받아보자'는 의식이 깔려 있다. 반대로 기업주로서는 '바둑 1급짜리 10명이 힘을 모은다 해도 바둑 초단 한 사람을 당할 수 없다. 핵심인재 1명이 1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우수인력을 모아 오라.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앞을 내다보고 월드컵의 스타선수가 될 만한 인재를 데려다 키우라는 특명처럼 보인다. 우리 재계의 몸값은 싸다. 삼성전자 등기임원들이 평균 35억 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이다. 상장 100대 기업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평균 1억 9,000만원으로 밝혀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뽑히고 뽑혀 올라간 결과로서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몸값을 올리자면 죽을 각오로 뛰어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이다. 하루아침에 되지도 않는다. 재계에서도 이제는 편하게 살기는 틀린 듯하다. 김용원(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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