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 경쟁 슬그머니 '고개'

번호이동 다시늘어 이달 65만 건 넘을듯


이동통신 가입자 시장에서 번호이동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보조금 경쟁이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가입자간 통화료 할인(망내 할인) 등 요금 인하를 하면서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던 이통사들이 한 달 만에 약속을 깨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올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10월에는 50만건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11월에는 상승세를 보여 20일 현재 약 43만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간다면 이달 번호이동 건수는 65만건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SK텔레콤과 KTF간 고객 빼앗기 경쟁이 다시 부활하면서 번호이동을 부추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판매 현장에 가면 체감할 수 있다. 실제로 밀집 상가단지를 가면 이통사 대리점 또는 판매점 마다 ‘공짜폰 다수’ ‘무조건 공짜’ 등의 광고판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동통신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가입자 확보 시 받는 리베이트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며 “요즘은 ‘정책’이 하루에 수 차례씩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경쟁 부활 조짐에 대해 연말 결산 시즌이 다가오면서 각 이통사들이 막판 실적 올리기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한 지 불과 한 달 밖에 안됐다며 스스로 약속을 어긴 처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통 3사는 지난달 망내할인 상품을 선보이면서 단말기 보조금이 아닌 요금인하를 비롯한 서비스 경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SKT는 1일부터 3세대(3G) 휴대폰 보조금을 2G 수준으로 낮췄고 KTF도 오는 26일부터 3G와 2G 보조금을 같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통업계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들어 신규보다는 번호 이동 위주로 시장에 보조금이 풀리고 있다”며 “통신위원회의 징계 수위나 시장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하며 리베이트 수위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