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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명박 전 시장이 ‘청계천 복원’이라는 화두를 던졌을 때 누구나 무모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도심에서 고가도로를 철거해야 한다는 기술적인 면도 그랬지만 청계천 주변 상인 등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에 더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청계천은 굽이굽이 흐르며 모든 서울 시민의 화합의 상징으로 환영을 받으며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청계천의 회생은 한 개의 하천을 복원했다는 그 이상의 뜻을 품고 있다. 서울 도심 속에 자연의 부활을 알리는 의미요, 쓰러져 가는 강북을 다시 일으키는 신호탄이었다. 이 같이 아름다운 여정을 마치는 끝자락에 청계천 복원의 정신을 담고 누구나 쉽게 찾아와 휴식하며, 체험과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청계천 문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청계천 문화관은 쟁쟁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된 올해 건축문화대상에서 처음엔 주목 받는 대상이 아니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잘 알려져 있는 않은 탓에 그저 청계천을 소개하는 정도의 그저 그런 전시관으로만 치부됐다. 그러나 청계천 문화관을 찬찬히 뜯어본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폐광 속에서 보석을 발견한 광부의 모습과 같았다. 글라스로 처리된 외관은 현대 감각의 세련된 첨단 건물처럼 보이면서도 물이 흐르는 듯한 산수화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또 내부의 동선은 물의 흐름처럼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청계천이 역사와 문화를 빠짐없이 전달토록 구성돼 있다. 관람객의 동선 자체가 전시공간이며 놀이공간인 것이다. 이는 청계천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물’이며, 청계천 문화관도 사람과 물의 조화에 가장 초점을 맞췄다는 설계자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청계천 위에 떠 흘러가는 듯한 외부벽을 바라보며 관람객은 펌프에 끌려 올라가듯 옥외 에스컬레이터와 함께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그곳에서는 푸른 하늘과 맑은 물, 저 멀리 남산을 바라볼 수 있다. "물과의 조화에 가장 역점둬 설계"
인터뷰 설계자 박승홍 정림건축 사장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태어나 활동하고 있을 때 청계천 복원이라는 대역사(大役事)가 이루어지고 제가 그 일원으로서 참여한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청계천 문화관을 설계해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비주거 사회공공부분’의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박승홍 정림건축 사장(미국건축사)의 수상 소감이다. 박 사장은 청계천 문화관을 만들며 청계천과의 조화 특히 물과의 조화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청계천 문화관의 외관을 보면 마치 물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부설계도 관람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청계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는 “문화관을 지을 때 부지 한쪽이 너무 길어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나 청계천을 따라 마치 하천의 일부인 듯 지어진 건물을 보니 오히려 부지의 단점이 건물을 멋있게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된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박 사장은 “청계천문화관의 위치가 도심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아쉽다”며 “만약 서울시에서 부지를 정해 주지 않았다면 청계천의 다리 가운데 하나를 건물로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새로 지어진 도시의 빌딩들을 보면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뽐내며 어떻게 하면 자기만 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저급 문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박 사장은 “항상 건물을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주변과 조화를 이룰까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건축인의 자세가 아니겠냐”고 현대의 도시건축문화를 꼬집었다. 박 사장은 “청계천 문화관의 임무는 건물 자체가 보석이 되는 게 아니라 주인공 청계천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며 “역사 속에 흐르는 청계천의 일부로 문화관이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프로필 ▦1954년생 ▦한국외국어대, 베를린대학, 미네소타 건축대학, 하버드대학 건축대학원 졸업 ▦뉴욕 주립대학 건축대학원 교수 ▦정림건축 설계본부, 디자인 부문 사장 ■주요작품 ▦국립중앙박물관 ▦피카디리 ▦현대해상화재보험 강남사옥 ▦현대해상화재보험 광화문사옥 ▦이화여자대학교 조형관 ▦서울신학대학교 우석기념관 *사진은 3일 포토데스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