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생존게임]<下>불가피한 업계 재편
경쟁탈락 문닫는 업체 생길수도
"이러다가 얼마 안 있어 문닫는 카드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수년 내 업계 판도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올 들어 카드발급 매수가 1억장을 돌파하면서 사실상 신규 발급 수요는 정체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쟁사의 회원을 빼앗아 오거나 기존 회원의 이용액을 크게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경쟁사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남에게 뒤질세라 내놓고 있다. 1,000원 이용해야 25원 정도인 수수료 체계에도 불구 카드 이용액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주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이 높아지면서 거액의 광고비와 판촉비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카드사의 경우 결국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1위인 롯데가 동양카드를 인수,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면서 업체간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업계 수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1년내 500만 회원은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인당 카드발급수가 4장을 넘어선 가운데 롯데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경쟁업체가 펼칠 수 없는 고가의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SK그룹도 카드시장 진출은 추진하고 있어 카드사들의 물량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중소카드사의 경우 입지가 날로 좁아지게 되고 결국 문을 닫거나 경쟁사에 인수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요구도 거센 가운데 카드사의 조달금리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7일 삼성카드의 회사채 등급을 조정하면서 AA를 유지하고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최고등급인 AAA 상향을 위한 전단계 조치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 한국기업평가는 외환카드의 회사채 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외환카드의 경우 연체율 증가와 대손충당금 적립금 상향 등이 등급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동일 등급이었던 양사의 격차가 생기게 됐고 양사의 조달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객의 예금을 받을 수 없이 외부에서 돈을 차입해 그 돈을 굴릴 수밖에 없는 카드사의 여건상 조달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수익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치 100m 달리기 시 출발선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98년 이후 상위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하위사들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며 "이런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