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도 속속 외화차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로 차입조건이 좋을 때 미리 외화를 조달해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외화차입의 조달 방법과 통화가 다양해지고 단기자금에서 장기자금으로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말 중국 교통은행(交通銀行)과 2억달러 규모의 '바이레터럴론(상호대출)'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5년 만기로 금리는 리보(Libor)에 5.0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으로 우리은행과 교통은행은 서로 같은 조건에 2억달러를 빌릴 수 있게 된다. 이번 바이래터럴론 계약은 중국 교통은행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은행들의 신용부도위험이 대폭 낮아지면서 투자가치가 높아지자 한국물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던 아시아계 자금들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또 다음달 중순께 일본계 은행들로부터 1억~2억달러 규모의 신디케이션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같은 시기 약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국내 은행들의 올 1ㆍ4분기 실적에 만족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크게 하락한 게 아시아계 자금을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미 다른 은행들도 외화차입을 재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정부 보증 없이 자체 신용으로 10억달러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설명했다. 커버드본드는 유럽에서 활성화된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첫 발행이다. 외환은행은 최근 클럽론 방식으로 8,000만유로를 차입했고 신한은행도 지난 3월 같은 방식으로 9,000만유로를 차입했다. 이 같은 시중은행들의 외화차입 성공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 등으로 외화자금시장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시중은행들의 차환율은 단기물과 중장기물을 합해 100%를 넘어섰다. 정부와 국내 은행들의 신용위험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7일 현재 1.79%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1.34%포인트 하락했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투자회복심리가 일시에 반영되면서 한국물 CDS 프리미엄 및 채권 가산금리가 지난달 말 들어 대폭 하락했다"며 "앞으로 금융불안 완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발행물량 부담도 많지 않아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