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4ㆍ4분기 경제성장률을 -0.2%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경기침체에 돌입했으며 침체기간도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00억달러 규모의 세금환급 효과 때문에 미국 경제가 2ㆍ4분기에 1.9%로 반짝 상승했지만 경기부양책의 약효가 소진되는 연말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져 침체가 장기화한다는 것. 그러나 임기 5개월을 남겨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마땅히 쓸 대응카드가 없어 미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다. 거센 물가상승 압력에 직면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금리인하 카드를 동원할 여지가 없고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4,820억달러)를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할 부시 행정부가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꺼내 들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제2차 부양책을 준비 중이어서 부시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전형적인 경기침체는 12개월 지속됐는데 이번에는 1년보다는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경기 전망은 이날 미 상무부가 2ㆍ4분기 성장률이 월가의 전망치(2.3%)보다 낮은 1.9%에 그쳤다는 발표 직후에 나왔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내년 말까지, 18~24개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사이클을 공식 판정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경기침체 돌입을 선언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머크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브루수엘라스는 “NBER가 지난해 말을 경기침체의 시발점으로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NBER 위원회 멤버들은 그 동안 경기침체 판정을 망설여왔다. 미 상무부의 충격적인 경제성적표 발표에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68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주택경기 침체와 고유가의 여파를 상쇄하면서 하반기 성장을 지지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론을 불식시키려고 했지만 전문가와 시장은 “너무나 낙관론에 사로잡혔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책은 3ㆍ4분기가 되면 소진될 것”이라며 “4ㆍ4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금환급 수표에 경기침체가 잠시 가려 있을 뿐 반짝 효과가 끝나면 경기가 고꾸라진다는 것이다. 경기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일자리(비농업 부문)는 지난 6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1일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수치도 7만명 줄어들었다. 펠트스타인 교수도 “하반기에 세금환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폴슨 장관의 전망을 일축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석좌교수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침체에 들어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FRB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어 경기침체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NBER가 경기침체를 선언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에 이어 두차례나 경기침체를 겪은 대통령으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