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오세훈 서울시장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상복지 '票퓰리즘' 막는 계기 될수도"



지속가능한 복지수준 시민 판단 가늠자 될것
사업중단 한강예술섬 기업 기부로 조성 검토 뉴타운 서두를 생각없어… 주택정책과 입체적 연계
재개발로 일시적 전세난 단기처방 안내는게 맞아
"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무상복지 폭탄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 오세훈(50ㆍ사진) 서울시장이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시정수립 및 예산집행을 두고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무상급식ㆍ무상의료ㆍ반값등록금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쏟아내고 있는 민주당에 맞서 무상복지의 허점과 맹점을 공격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42만명 주민의 서명을 받는 데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보궐선거가 있으면 보궐선거 앞의 두 달은 투표를 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오는 6월 초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회의 예산삭감으로 한강예술섬 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것에 대해 "대기업 도네이션(기부)을 받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조만간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방침"이라며 "시민 합의가 있으면 기업들의 이름과 로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뉴타운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뉴타운 사업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은 정책판단을 입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빨리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서울시가 그다지 애달파하지 않는다"며 인위적으로 뉴타운 사업에 속도를 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 시장과 만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및 시의회와의 갈등, 뉴타운 사업, 전세난 등 현안들에 대한 그의 생각과 시정방향을 들어봤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이 오 시장에게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주민투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좋다"며 "최근 믿을 만한 기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만도 63대33의 비율로 주민투표를 하자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어졌다. "주민들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민주당에서 무상 시리즈를 계속 내놓으니까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도 해서 이를 막아야겠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주민투표를 지지하는 여론이 굉장히 높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점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 하위 50% 계층에 대해서는 무상급식을 하고 그 위의 50%에게 줄 돈이 있으면 이를 다시 하위 50%에게 다른 방법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는 주민서명을 통한 주민투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시의회에 제안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42만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시의회의 동의를 받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형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억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주민투표를 통해 전면 무상급식에 제동이 걸릴 경우 총선표를 의식해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고 있는 무상복지 시리즈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민투표가 여의도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치밀하게 계산한 듯했다. "내년 총선에서 여러 가지 과잉복지, 무차별적 복지 공약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무상복지 시리즈를 놓고 총선을 치를 공산이 크지요. 주민투표의 유불리를 떠나 바람직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가 어느 수준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정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효과만으로도 나는 큰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오 시장의 담백한 고백이다. 인터뷰 주제를 무상급식에서 한강예술섬으로 슬쩍 바꿔봤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예술섬ㆍ서해뱃길ㆍ바이오펀드 등의 사업과 관련된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크게 줄였다. 오 시장은 "한강예술섬의 경우 이미 부지도 매입했고 설계도 끝난 상황으로 삽을 뜨기만 하면 되는데 외국 같으면 이 정도 규모의 문화예술시설물은 기부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의 힘으로 지어지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행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면 기업명을 넣은 시설물 이름을 짓거나 기업체 로고와 브랜드를 설치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조만간 구체적인 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여론수렴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오 시장은 시의회와의 갈등과 마찰에도 불구하고 원칙과 소신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의회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관계개선에 대해 오 시장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그는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낮은 자세로 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의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시기는 끝났다고 본다"며 "시의회는 '우리가 4분의3을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 뜻이 시민들의 뜻이고 정의다'라고 말하는데 이 같은 시각을 교정하지 않는다면 시의회와도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시의회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대화와 타협 없이 원칙과 소신대로 시정을 꾸려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정책으로 화제를 돌려봤다.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주민들과의 소송 등으로 탄력을 잃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굳이 뉴타운 사업에 속도를 낼 생각은 없다"며 "서울시 주택정책 등과 연계해 입체적으로 정책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진행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은 주민동의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총의를 이루지 못한 경우 늦춰지고 서울시에 빨리 해주기 위한 뾰족한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쟁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소형 주택의 전세보증금이 올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 만큼 뉴타운 사업시기를 적절히 배분하려 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전세난에 대해 다시 물었다. 서울시는 전세난과 관련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지역적으로 재개발, 뉴타운 사업 때문에 주택이 멸실되면서 그 근처에 저가주택 위주로 전세보증금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이 맞는다면 특별한 대책은 안 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이런 경우에는 시장원리에 맞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장기전세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소형 저렴주택 등을 몇 년 동안 꾸준히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오 시장은 당장의 전세난을 의식해 단기처방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장기전세주택 중 매입형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건설형은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며 "앞으로는 매입형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역세권에 인센티브를 줘 더 짓게 하고 추가된 물량의 절반을 매입하는 형식이다. 재정적으로 SH공사를 압박하지 않고 오히려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 대선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에 대한 원칙과 고집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대선후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지 물어봤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과의 교감도 없었고 대선후보를 염두에 둔 결정도 아니었다"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비전을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고 정치인은 당연히 그러한 배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표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복지 포퓰리즘은 거의 통하게 돼 있다. 여당과 야당이 주거니 받거니 포퓰리즘 공약을 하면서 힘들게 된 나라가 일본이다. 복지 포퓰리즘을 막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간다면 제 나이 70세가 됐을 때 올바른 정치인생을 걸었다는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확신 서면 가시밭길도 가는 '오고집'
■오세훈 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인생을 순탄일로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굳이 따지지 않았을 뿐 우리 사회의 지형이 크고 작게 한번씩 탈바꿈하는 개혁의 진통을 겪는 중심에는 늘 오 시장이 있었다. 그는 고비마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기득권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고 불리한 싸움도 해야 한다는 확신이 서면 반드시 하는 그의 결단력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고집'이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우선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부평 산곡동 아파트 일조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부터다. 오 시장은 당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릴 만큼 힘겨운 싸움에 뛰어들어 문서상 개념에 머물렀던 환경권이 실제 권리로 인정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그 후 방송과 환경단체 활동을 거쳐 16대 국회에 입성한 후 그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환경 관련 상임위에서만 활동해온 젊은 정치인이 '돈 정치'를 종식시키겠다며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는 정치개혁 입법을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03년 '5ㆍ6공 인사 용퇴론''60대 노장 퇴진론'을 내걸고 당내 인적쇄신운동에 나섰다. 또 이듬해인 2004년 "저도 희생하겠다"며 금싸라기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을 내놓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몸소 실천해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형성된 오 시장에 대한 '신뢰 받는 정치인' 이미지는 2006년 7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며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시장 취임 이후 이른바 '3% 퇴출제'라는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서울시 조직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켰고 서울시를 2008ㆍ2010년 두 번씩이나 청렴도 1위 도시로 올려놓았다. 오 시장이 시작한 공직개혁 바람은 교육부ㆍ노동부ㆍ환경부를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민선시장 최초로 재선에 도전장을 내 한명숙 후보와 네 차례의 뒤집기 승부 끝에 0.6%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시의회의 74%를 민주당 의원이 장악하고 25개 구청장 중 21개 자치구에서 민주당 구청장이 당선된 가운데 원칙과 고집으로 시정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선5기 이른바 '사면야가(四面野歌)'의 상황에서 힘겹게 시정을 이끌어가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약력 ▦1961년 서울 ▦서울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고려대 대학원 법학박사 ▦사시 26회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방송 진행자 ▦16대 국회의원 ▦저서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 싶다' '우리는 실패에서 성공을 본다(공저)' '시프트' 등
"임기내 성과 연연 않고 '20~30년후의 서울' 준비"
■첫 재선 서울시장의 책임감 장기적 안목서 사업 추진… "지금 좀 박한 평가받더라도 미래 보는 혜안이 우선해야" 오세훈 시장은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새롭게 발굴하거나 추진하는 정책들은 당장 임기 내에 성과가 나오는 사업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만들어나가는 것들이 많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당대의 평가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렵지만 책임 있는 리더라면 당대의 평가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우선해야 한다"면서 " 20~30년 이후의 미래까지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해나갈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평소의 생각이 시정에 그대로 반영됐던 일이 최근에 있었다. 새해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시청 간부회의실. 오 시장은 새해 서울시 관광정책 추진방향을 설명하는 실무자에게 대뜸 "오는 2030년 서울시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 비중을 얼마로 잡고 세운 계획이냐"고 물었다. 20년 후 관광객 예상추이를 묻는 오 시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실무자는 당황했고 오 시장은 곧장 10년, 20년 후 서울의 미래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은 무효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실제로 지난 4년 반 동안 오 시장이 발굴ㆍ추진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그의 머릿속에는 적어도 20년 후 서울이 먹고 살 토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선4기 임기 초기에는 문화와 디자인을 앞세운 '컬처노믹스'와 '디자이노믹스'를 주창하며 21세기 도시경쟁력의 중심인 소프트파워 개척에 나섰다. 또 야당에서 '토목사업'이라고 주장하는 한강르네상스를 '서민들이 돈 안 들이고 쉬고 운동하는 공원을 만드는 보편적 복지'라며 뚝심 있게 추진했다. 민선5기에는 이를 토대로 한강을 동북아 관광객 유치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야당이 예산삭감으로 발목을 잡고 있지만 민자유치로라도 해낼 계획이다. 또 오 시장은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선보였는데 저소득층 대상 주택이라는 편견이 있으면 안 된다며 고급화 브랜드 전략을 채택하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오 시장은 자립형ㆍ참여형ㆍ보편적 복지의 성격을 고루 갖춘 서울형 그물망 복지로 지속 가능한 미래형 복지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 시장은 "도시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은 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며 "지금은 좀 박한 평가를 받더라도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 '이런 정치인이 그 시대의 도시ㆍ국가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공짜 시리즈'부터 막아내겠다며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원칙과 소신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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