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퇴 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던 박모(23)씨는 지난해 7월께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K3 승용차를 할부로 구입해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취직을 못한 박씨가 고가의 차를 무슨 돈으로 구매했는지를 물었고 박씨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파워블로거여서 할인가격에 구입했고 명품 등도 싸게 살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했던 작은 거짓말은 어머니가 딸의 말을 믿으면서 점점 커졌다. 박씨의 어머니가 명품 등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딸의 말을 친인척들에게 자랑하면서 친인척들이 박씨에게 물품 구입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어머니의 체면 때문에 처음에는 손해를 봐가며 직접 명품을 사 전달하고 모자란 돈은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로 메꿨다.
그러다 사촌 언니인 장모(38)씨가 업무상 지인들의 명품 구입까지 대행해달라고 요구하자 박씨는 모든 게 거짓이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장씨는 이미 지인들에게 싼값에 명품을 사주겠다고 자랑한 만큼 체면 때문에 멈출 수 없다고 박씨를 부추겼고 이들은 지난해 11월18일부터 올해 8월4일까지 수입자동차와 골드바·고급주택·골프회원권 등을 30∼70% 싸게 구매해준다며 구매 희망자를 찾는 등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결국 박씨 등의 범행은 검찰에 덜미를 잡혔고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전승수 부장검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사촌 자매 사이인 박씨와 장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피해자 21명으로부터 70여차례에 걸쳐 4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유층으로 현역 야구선수와 중견기업 회장 부인 등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