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코드 찾아라] 2.소프트 파워의 구축

<3부> 자본시장육성, 지금이 찬스
금융전문가 年최대 2,200명 부족… "체계적 양성 시급"
우수인력 유출 막을수 있는 보상 시스템등 환경 중요
"인재는 비용 아닌 자본이다"… 금융업계 인식 전환도 필요



금융위기를 전후로 여의도 증권가의 인력시장은 '천당과 지옥' 을 오갔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신생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자 전문인력 부족으로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2~3년차 애널리스트 연봉이 억대를 훌쩍 넘어서자 거품 논란까지 빚어졌다. 금융회사 CEO들과 정부당국은 "금융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며 중장기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터지자 전문인력 양성 논의도 쑥 들어갔다. 외국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인력공급이 늘어난데다 금융회사들의 신규인력 수요도 줄었다. 그러나 활황때인력에 투자하면 너무 늦다. 최근처럼 어려운 때 전문인력을 키워놓아야 경기 가호전되면 금융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수있다. ◇전문인력은 여전히 부족=금융산업의 핵심 경쟁기반은 자본과 인력이다. 자본도 단기간에 축적하기 어렵지 만전문인력 확보도 마찬가지다. 불과 1~2년만에 전문가를 양성해내기는 어렵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에서 후발업체가 급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전문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머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산업이 연 6% 성장한다는 보수적인 가정 아래 2009~2012년 연간 약 1,400여명의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서 금융 전문인력이란 리스크 관리, IB, 자산운용, 컴플라이언스, 마케팅 등각분야의 숙련된 인력을 가리킨다. 금융산업 성장률을 연 7%로 가정할 경우에는 같은 기간 동안1,500~1,700명, 성장률이 10%라면 1,900~2,200명의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 종사자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융 '전문' 인력의 규모가 핵심" 이라며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전문인력 비율이 전체 종사자의 7%에 불과해 10%가 넘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 말했다. ◇전문인력을 붙잡아두는 환경도 중요=금융위기 이후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전세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 서 우수인력들이 대거 인력시장으로 쏟아져나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후발주자인 국내 금융회사들은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데려올수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씨티그룹 본사 글로벌 투자전략가였던 '아제이카푸' 를 글로벌 수석전략가로 스카우트한 후 크레디리요네·씨티증권 등에서 잇따라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삼성증권도 도이치뱅크 아시아 지역 투자전략가였던 콜린브래드베리를 홍콩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했다.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글로벌 인재를 수월하게 영입했으나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가 지나간 후로 지적된다. 경기가 회복된후외국계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또다시 우수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면 전문인력들이 국내 금융회사에서 다시 이탈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한 대형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노하우를 쌓은 인재를 대거 채용했으나 금융위기로 인한 반짝 수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인력을 키우는 시스템을 만드는게더중 요하다" 고말했다. 또 자연스러운 인력 유출입을 위해서는 외국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실적에 의한 보상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전문가 체계적으로 양성해야=금융전문가를 양성하려면 정부 차원에서도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런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아직도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정부는 지난 2006년 6월 금융인력 양성 기본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전문인력 공급기반 확충을 위해 경영전문대학원(MBA)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정 부의 재정지원으로 설립된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외에도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사립대에 MBA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금융 분야에 특화된 MBA 는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컨설팅업체인 머서의 한 관계자는 "주간에 비해 야간 및 주말 과정 지원자가 두 배에 육박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정원은 1.5배수준에 불과해 산학 연계가 미흡한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인력 양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계의 인식이다. 인력을 인적자본(human capital)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경영여건에 따라 줄이거나 늘릴수있는 비용(cost)으로 간주한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전문인력은 업계에서 실무경험을 통해 키워지는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다른 회사의 인력을 필요할 때 마다 데려다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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