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자료 너무 빈곤 「세상보는 눈」전수결심 “사회분위기조성 시급”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맹인안내견학교가 최근 개설한 「시각장애인 컴퓨터 무료 교실」에서 강의를 맡은 김병호(32)씨는 시각장애인이다.
김강사는 4년전 포도막염을 앓아 실명했다. 한때 심한 좌절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컴퓨터 강사」로 새삶을 시작했다.
『어느 순간 운명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보화시대에 소외된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컴퓨터 강사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이 나와 있긴 하지만 소수 단행본과 한두개 종류의 잡지에 불과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점자책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제때 찾아볼 수 있는 컴퓨터의 활용이 그 어느때 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중요하다고 그는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김강사는 먼저 삼성맹인안내견학교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교실을 제안했다. 지난 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익혀둔 컴퓨터 실력을 바탕으로 실명한 뒤에 「세상을 보는 눈」으로 컴퓨터를 활용했던 자신의 경험을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강사는 얼마전 부터 3명의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을 느낄때 마다 하염없는 행복속으로 빠져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시각장애인의 정보화 교육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각장애인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컴퓨터 교육을 받아보길 바란다고 부탁했다.<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