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고 유연한 시장주의자" 임박한 개각에서 재정경제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유력한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주변 경제관료들의 평가다.
따라서 권 실장이 경제부총리로 취임하면 개방과 경쟁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한덕수 부총리의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는 국회 인사 청문회가 열리면 야당으로부터 정책수석 당시 외환은행매각과정에서의 역할, 조달청장 당시 일반예산의 전용 문제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을받을 것으로 보인다.
◇ 준비된 경제 수장 권 정책실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한 그는 경제기획원 자금계획과장, 청와대정책비서관,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재경부 차관보, 조달청장, 대통령 정책수석,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대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참여정부 들어 인사 수요가 생길 때마다 국무조정실장, 건교부장관, 산자부장관 등의 후보로 거명되곤 했다. 거시경제, 대외경제 등에서 발군인데다 노무현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강원도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당시 권오규수석에 대해 "아주 실력있는 공무원이고 많은 부처에 대해 상당히 센 말발을 갖고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과는 대통령 후보시절에 공약과 정책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참여정부 첫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발탁돼 카드채, 신용불량자, 벤처버블 등을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권 정책실장은 또 경제정책수석을 마치고 OECD 대사로 일하면서도 자신이 치밀하게 분석해 작성한 각종 자료들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열정을 보였다.
통일후 독일의 경제상황과 독일의 대연정, 스웨덴식 복지국가, 유럽의 연금개혁등에 대한 보고서는 심층적이고 정교해 한국의 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IMF 대리대사로 일하면서 정확한 상황분석과 신속한 정보 수집으로 환란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 개방.경쟁 중시 시장주의자 권 정책실장이 시장주의자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개방과경쟁을 통해 국가의 총체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일시 정지됐을 때 읽었던 책중 하나가 `마가렛 대처' 전기였는데, 이 책을 권한 사람이 권 정책수석이었다.
영국의 대처는 1980년대 중반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를 주도하는 등 신자유주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1990년대 초반, 한국의 금융개방 문제가 OECD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때, 당시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의 권오규 과장이 부총리를 직접 설득하는 적극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권 정책실장은 세계은행 경제조사관, 국제통화기금(IMF) 대리대사, OECD대표부 대사 등을 지낸 만큼 대외 업무에 능통하다"면서 "개방론자로서 한덕수 부총리에 이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출범직후인 지난 2003년 6월 영국 런던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민관 합동 한국경제설명회'에 정책수석 자격으로 참석, 분배가 아닌 성장위주로 경제정책을 끌고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권 실장은 그러나 부동산이나 양극화 등의 정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노 대통령의 생각을 꿰뚫고 있어 참여정부 경제 정책의 완성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유연한 사고의 실용주의자
권 정책실장은 원칙을 중시하지만 개별 사안에 따라 신축적으로 판단하는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업무스타일도 사안에 대한 판단력이 빠르고 매사를 간결하게, 핵심위주로 신속히 처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고, 센스가 있다"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담당자를 불러 핵심만 체크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권 정책실장은 얼핏 보기에 차가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고 간결하게 답하고 끝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업무를 떠나서는 주변 사람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등 대인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한 자리에서 폭탄주 10잔 이상을 마실 정도로 '술꾼'이었으나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일하면서부터는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댄스를 좋아하고 신세대 노래를 소화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